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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Jan 07. 2023

깨진 화분? 쓸모없는 것들

문장소감 365 #day6


쓸모 있는 것만 찾는 요즘, 시, '쓸모없는 이야기'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다정한 사람의 어깨에 기대듯, 진은영 시에 기대어 본다.

 

쓸모없는 이야기


종이

질문들
쓸모없는 거룩함
쓸모없는 부끄러움
푸른 앵두
바람이 부는데
그림액자 속의 큰 배 흰 돛
너에 대한 감정
빈집 유리창을 데우는 햇빛
자비로운 기계
아무도 오지 않는 무덤가에
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굴 가시들
아무도 펼치지 않는
양피지 책
여공들의 파업 기사
밤과 낮
서로 다른 두 밤
네가 깊이 잠든 사이의 입맞춤
푸른 앵두
자본론
죽은 향나무숲 내리는 비
너의 두 귀


<진은영 시집, 훔쳐가는 노래, 창비>


2. 덧붙여서


깨진 화분

구멍난 풍선

방전된 모바일

부러진 다리

이런 거?


잘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러쿵저러쿵 두는 훈수

그거 예전에 다 해 봤다며 아는 척

그 책 다 보았다며 끄덕끄덕

그건 그런 말이 아니라며 끼어들어 정정

'나만 사는 게 이렇게 힘들지' 징징징 투정 늘어놓는 소리

장애인 시위 보고 '씨발, 저것들 누가 안 잡아가냐' 욕설 후, 하느님 사랑 운운하는 어떤 이의 인스타 스토리

내가 당신을 이렇게 강하게 챌린지 하는 건, 니가 성장하라고, 다음번엔 날 만족시킬 만한 안을 가져오라는 상사

또,

또,

또,


개똥만큼도 쓸모없는 것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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