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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Mar 27. 2020

29. 벚꽃에 관하여

일일일생각 | 벚꽃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개화했다. 예전엔 꽃이 피고 지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지만 요즘엔 때 맞춰서 피고 지는 자연의 모습에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특히 이맘때쯤 피는 벚꽃을 볼 때면 나는 이런 감정이 더 물밀듯 가슴 한켠에서 올라온다.



1) 1년 365일 중 길어야 20일 정도만 꽃을 피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벚나무는 남은 340여 일은 무미건조한 모습으로 세월을 보낸다. 물론 그 기간이 무용(無用) 한 것이 아니겠지만 이러나저러나 사람들은 고작 20일 정도만 이 나무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결정적인 순간에만 존재감을 과시하고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 지내는 내성적인 성격이랄까. 1년 내내 푸른 존재감을 과시하는 소나무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2) 벚꽃은 봄을 알리는 전도사로서 그 역할을 매해 충실히 수행해준다. 그 잠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1년을 예비 기간으로 가져간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희생적인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한 시즌을 독과점해버리니 희생과는 거리가 먼 관종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3) 대학생 시절, 벚꽃이 필 즈음에 많은 커플이 생겼고 벚꽃이 질 즈음에 그 커플들 중 절반 이상이 헤어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벚꽃에는 연애세포 촉매제(?) 같은 성분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떨어지는 벚꽃을 손에 쥐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런 속설들이 연애를 더 부추기는 것일지도.


4) 예전엔 벚꽃이 피는 게 마냥 행복하고 설렜는데 요즘엔 일정 부분 애달픈 마음도 같이 든다. 이 또한 언제 폈냐는 듯 질 것이고 그러면 올 한 해도 금방 지나가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왠지 세월이 많이 흘러 인생의 남은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훨씬 적을 때 즈음엔 봄에 무심히 피는 벚꽃을 보며 시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넌 왜 여전히 하나도 주름 지지 않았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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