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가는 중일까요
아내가 만들어주고 딸이 키워주는 남편이자 아빠입니다.
자식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커 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오히려 아내와 딸이 저를 키워주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다른 아빠들도 마찬가지일까요.
예전에 비해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하고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드는 것이 특히나 그렇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본받을만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부쩍 커지다 보니 책도 더 자주 읽게 되고,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물론 아직도 철부지 같은 모습이 많이 남아있으며 이건 시간이 흘러도 어느 정도 그대로일 테지만 말입니다.
온종일 집에 있다 보면 종일 말 하는 게 몇 마디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내랑은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으니,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괜스레 말도 더 걸어보고 종종 무언가 귀찮아질 때면 간단한 부탁을 하거나 투정도 부리기도 합니다. 자주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단, 이제 돌이 조금 지난 딸에게는 어림도 없습니다. 압바. 압바바. 소리와 함께 매번 저한테 오는데 그 모습을 잘 보면 걷는 것도 같으면서도 뭔가 걷는 것보다는 빠르고 뛴다고 하자니 너무나 뒤뚱거리는. 여하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모습으로 저를 향해 열심히 와서 다리를 양손으로 꼬옥 감싸는 사랑스러운 그분은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제 손길만을 언제나 바라고 있습니다. 얼른 대화가 통해서 서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사실 딸에게도 자주 말을 걸지만, 그에 따른 대답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육아하는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니 말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요즈음의 저는 온종일 말을 거의 안 한다기보단 대화가 부족하다는 게 맞겠군요.
어쨌든 일단 아빠가 되고서는 요리도 더 자주 하게 되고, 놀러 갈 곳도 찾아보고, 어떤 식당을 가아하고 어떤 걸 먹을 수 있는지를 찾아보는지 등 생전 안 하던 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후로는 더욱 그렇고요. 혼자 이것저것 알아보고 찾고 주문하고 준비하는 게 아직도 몹시 어색합니다. 그나마 딸 옷이나 육아용품 등은 아내가 알려주고 해결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계속 그럴 수는 없겠지요. 일단 딸 덕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더 많아지는 중입니다. 어떻게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제 지식과 경험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니 이 또한 딸 덕분입니다.
딸과 시간을 보내며 딸에 대한 이야기와 투정을 아내에게 하면 그것을 또 아내는 다 들어주고 받아줍니다. 그러면서 저를 격려해주고 응원해 줍니다. 얼마나 피곤할까요. 또한, 남는 시간에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것도 매번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습니다. 저는 일하고 있을 때 휴직 중이던 아내에게 과연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일도 많아집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분명 불편할 텐데 저보다도 더 시댁 식구들을 알뜰살뜰 챙기고 안부를 묻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똑같이 따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점점 더 좋은 사람으로 바꾸어나가고 있는 멋진 아내이지요.
저를 좋은 남편이자 아빠로 만들어주는 제 소중한 가족. 아내와 딸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이런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 역시도 아내와 딸 덕분이겠지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 하나하나마저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 순간조차도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 맞는 거겠죠?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