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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당 Aug 07. 2021

나의 형태는 OOO이다.

복근으로 시작해서 삶으로 마무리하는 단상


 이러다간 쓰러지겠다 싶어 생존을 위해 운동을 시작한 지 8개월째. 둥글게 말렸던 어깨도 쭈굴쭈굴하게 굽었던 등도 차근차근 펴지고 있고, 이제 다음 목표는 복근을 드러내는 거라며 운동을 다녀오는 날마다 거울 앞에 서서 웃옷을 항상 까 본다.


 한 번도   없는  복근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 걸까. 식스팩일까  ()일까 아니면 찌그러진 모양새일까 궁금했는데, 조금씩 드러나는 윤곽을 보자니  천에서 가운데 선만 빠진 모습이었다. 이게 끝일까? 아니,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선명하게 다른 모습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꾸준히 꾸준히.






 운동 마치고 집 오는 길에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보여 스카이뷰 어플로 들여다보니 글쎄, 목성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본 밝디 밝은 목성. 오랜만에 이름을 아는 별도 발견했겠다-산책 나갔다가 봤던 밝은 별들 대다수는 정말 이름을 모르겠다. 시리우스 이런 걸 어떻게 알아요....-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켜서 최대한 줌을 당기니 커다란 점 같은 게 보였다. 점이 저 위치쯤에 있으니 대적점이 맞겠지, 하고 찰칵.


 촬영한 목성의 사진을 보니, 육안으로 본 빛은 어디 가고 어둠만이 남아있었다. 우리가 보는 별들의 빛은 태양의 빛이 행성 표면에 반사되어 보이는 거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궤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태양의 빛을 받는 면적의 크기 또한 달라지고 반사되는 빛의 밝기 또한 다를 테니, 저 어두운 모습이 목성의 본질에 더욱 가깝다는 거겠지.


 복근이랑 똑같구나, 너도.






 1년 6개월 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로의 이직을 결정하게 되면서, 나는 무엇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알 것 같다는 확신은 갖지 않는다. 나를 이루고 있는, 나의 모든 뿌리는 하나의 큰 뜻을 갖고 있으나 그걸 풀어내는 방향이 맞는지는 여전히 확인을 해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내딛고 보는 거다. 스스로를 못 믿는다는 건 아니다.


 풀어내는 동안 새로운 수식을 만들고 쌓고 그것이 쭉 이어지는 생활. 단조보다는 변조의 구간이 종종 있는, 연주자에 따라 다채로운 형태를 지닌 변주곡 같은 생활.

 타고난 기질은 변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양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모습이 복근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형태일까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나와 마주할까.

 

 무엇이든 좋다. 어떤 것이어도 좋다.

 형태가 있기 때문에 분명, 존재하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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