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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거 삼팀 팀장 Nov 22. 2023

퇴사를 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4

#4. 내 귀는 생각보다 못생겼다.

#4. 내 귀는 생각보다 못생겼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내 귀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귀라니...

가끔 여자친구가 놀린다고 내 귀 속을 보면서 귀지가 많다고 얼른 파야한다고 장난삼아 말할 때를 빼고는 내 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적도, 내 귀의 모양새를 평가해 본 적도 없었다.

매일 샤워를 두번하고, 화장실 가는 것까지 합치면 최소한 하루에 10번은 거울을 볼텐데 귀를 제대로 본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는 것은 그 만큼 귀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장시간 나 자신을 자세히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외모이든 내면이든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든.

그런데 갑자기 오늘 아침에 눈에 들어왔다. 아주 갑자기.

그리고 자세히 보니 내 귀는 생각보다 못생겼다.

물론 귀가 아주 잘생겨서 100점이라고해도 내 얼굴 평점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도 안다.


사실 외모, 특히나 얼굴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귀의 존재감은 그렇게 크지 않다. 아니 사실은 작다.

만약 소개팅에 나갔는데 귀가 못생겨서 싫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배려한 것이다.

당신의 많은 곳들이 싫지만 그 중에서 어떤 곳을 싫다고 말했을 때, 당신이 상처를 가장 작게 받을지를 배려해서 한 말일 것이다. 당신의 귀가 싫다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는 무슨 인생을 어떻게 살기에 내 귀를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없었지?"

우리는 학생 때는 수능을 치기 위해서 미친듯이 공부하고, 수능을 치고 나면 대학 신입생 때 잠깐 쉬고, 그러고 나서는 취업을 위해서 미친듯이 스팩을 쌓고, 운이 좋거나 스팩이 좋아서 취업을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돈을 벌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을 한다.

이러는 미친 과정들 속에 살다보니 내 귀도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것 같다. 하루에 눈 다음으로 많은 정보를 나에게 주는 귀인데 내가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에 뭔가 모를 미안함이 스며나왔다.


너무 멀리왔다. 자 다시 되돌아 가자.

우리들이 학생때부터 직장생활까지 미친듯이 무언가를 하면서 보지 못한 것은 과연 우리 '귀'만일까?

당신은 당신의 부모님, 여자친구 / 아내(또는 남자친구와 남편), 가장 친한 친구의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절대 없을 것이다. 하루에 10번이상 나를 보면서도 제대로 귀를 한번 본적없는데 타인이야 오죽할까.

그들은 우리가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와 달리 많은 것이 변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미친듯이 살았던가? 나 자신을 위해? 아니면 가족들을 위해? 아니면 부모님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았는데 나는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어떻게 변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든다.

내가 그렇게 살았던 것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인데 그들의 얼굴도 제대로 안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모든게 퇴사를 하고 여유가 생기다보니 이제서야 보인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가.





나는 앞으로 내 귀를 더욱 잘 볼 수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고 기억할 수 있게 살고 싶다.

당신은 자신의 귀를 자세히 본 적인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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