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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거 삼팀 팀장 Nov 20. 2023

퇴사를 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3

#3. 알고는 있었지만 다름 사람들은 내 삶에 별로 관심이 없다

#3. 알고는 있었지만 다름 사람들은 내 삶에 별로 관심이 없다


당신이 살면서 인생이 통째로 바뀔 만큼의 큰일이 지나가거나 그 정도의 기로에 섰다가 선택을 하고 나면 가족과 친구 또는 직장동료, 동호회 사람들 같은 주변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가진다.

심각하거나 불행한 일에는 "어쩌면 좋아, 힘내세요, 다 잘 될 겁니다"와 같은 말들을, 축복받을만한 일에는 "진짜 축하드려요, 정말 부럽다, 저도 방법 좀 알려주세요" 등의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그 말은 일부분의 진심과, 일부분의 부러움과 시기, 그리고 일부분은 당신의 삶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그냥 흘러가는 말이라는 걸.

다만 관계에 따라서, 가족이냐 친구냐 단순 지인이냐, 위에서 말한 일부분의 비율이 달라지는 것일 뿐.


내가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실제로도 그랬다.  

사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직장인들은 "퇴사해야지"를 입에 달고 산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아 진짜 그만두고 싶다.", 수요일 회의 때 혼나고 나서도 "내가 여기 아니면 갈데가 없는 줄 알아?", 금요일 오전 결재를 받으러 갔다가 일만 더 들고 나오며 "아 진짜 내가 이놈에 회사 그당장 때려친다"라고 말하며.

그런데 말만 하던 내가 진짜로 갑자기 퇴사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주변 직장 동료들은 당연히 그냥 흘러가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다가, 내가 정말로 퇴사를 신청한 것을 보고 나서 한 마디씩 했다.

"갑자기 왜? 그래 뭐 너라면 어디서든 잘할 거야", "진짜 나가네 부럽다", "계획은 있어?" 등등.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 한순간이다. 내가 퇴사를 말하고 나서 반나절도 되지 않아 나의 퇴사 소식은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가 된다. 다들 자신이 처한 지금 상황, 자신이 당장 해야 하는 사업,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게 정답이고, 그래서 더 고마웠다. 이런 사람들의 본능이.

만약 그게 아니라면 회사에서 나의 퇴사소식이 하루종일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것이고, 난 그걸 견디지 못해 그날 당장 뛰쳐나왔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도 조금 걱정하는 수위가 다를 뿐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너무 고마웠다.


나도 모르는 내 미래 방향에 대해서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말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솔직하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왔어"라고 하면 다들 그러지 말고 자기만 알고 있겠다고 알려달라고 한다. 너 같은 애가 아무 계획 없이 그렇게 할리가 없다고. 그런데 미안하게도 정말로 아무런 계획 없이 퇴사를 했다.


나의 퇴사 소식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 "너는 뭘 해도 잘할 거야"라는 말은 처음에는 격려가 되고, 희망이 되고, 내 앞길에 꽃길만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줬다. 정말로 내가 능력이 있고 뭐든 잘해서 어디서든 성공할 것 같다는 그런 희망을 심어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런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진실인지 아니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후자로 생각하면 나에게 희망을 심은 게 아니라 망상을 심은 것이다.


하지만 뭐가 중요하겠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중요할 뿐! 나는 오늘도 희망인지 망상인지 모를, 내 인생에 관심이 없는 남들이 그냥 던졌을지 모르는 한 마디 "너는 뭘 해도 잘할 거야" 이 한 마디만 믿고 정말로 아무거나 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도 남의 말에 깊게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해석하고 싶은,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라. 남들은 당신의 삶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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