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담배를 가지고 다녔다.
가만히 보니 중요한 대화들은 담배 타임에서 이뤄지는 것 같았다.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오가지 않는 의견들은 흡연 구역에서 교환됐다.
‘A 조직과 B 조직을 합칠 계획이 있대.’
‘그 팀의 차기 부장은 누가 유력하대.’
하루는 약국을 들렀는데 ‘비타민 담배’라는 걸 팔고 있었다.
“이거 얼마예요?”
“오천 원이요.”
“하나 주세요.”
아닌가, 만 원이었던가? 하여튼 한 번 사면 몇 달은 피울 수 있는 전자형 스틱이라 오래 쓸 수 있다고 했다. 성분도 비타민을 태운 수증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니코틴이나 타르 걱정도 없다고 해서 하나 샀다.
그 후로 일부러 흡연자분들을 따라나섰다. 가끔은 누군가 한숨을 쉬면 “담타 가실래요?” 하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담배 골목에서는 그렇게까지 회사 일 이야기가 밀도 높게 오가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 사는 이야기나 ‘요즘 일은 어떠냐’ 같은 안부 얘기, 혹은 들려오는 소문 같은 게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영업 부서로 옮기고 나서 거래처와 담배 타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유용성 측면에서는 높았다.
그러다 임신하고 나서부터는 담배 스틱을 손가방에서 빼 두었다. 아마 서랍 어딘가에 놓아두었을 텐데, 이제는 자연히 흡연장을 찾는 일은 일절 없어져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길을 걷다가 흡연 부스를 마주치면 옆 동료가 “숨 참아요!” 혹은 “저리로 돌아가죠.” 하고 먼저 이야기도 해주었다.
대신에 요즘은 점심시간이나 잠깐 커피 마시거나 할 때 나누는 얘기들이 무척 흥미롭다.
“옆 부서는 회식 때 아예 영화관을 대관할 거래.”
“무슨 무슨 TF가 돌아가고 있다던데?”
“사무실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이 있었다고요? 제 친구도 인디언 복어를 키우기는 하는데. 물론 집에서지만요.”다음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이제는 사람들이 왜 담배 타임을 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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