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해제하고 돌아오니, 상단주 멜리사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멜리사]
벌써 끝난 거야? 수고 많았어, 힐러님.
[도로시]
엘레나, 힘들지는 않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주다니, 도로시는 상상도 못할 일이야.
[엘레나]
음, 글쎄. 딱히 피곤하다거나 하진 않네.
[멜리사]
그나저나 참 신기한 조합이야. 속성이 비슷한 불의 드래곤이랑 화염 마법사에, 전위도 없이 힐러만 한 명이라.
셋이 황성으로 향하는 이유라도 있어?
[도로시]
여행자 패스를 신청하려고요. 여기 이 녀석은 엉겁결에 따라오게 됐지만요.
[멜리사]
아하, 여행자 패스라! 그럼 말이 되지.
[제이크]
여행자 패스? 그게 뭔데.
[도로시]
델피온 제국민은 누구든 평생에 한 번은 신청할 수 있는 패스야.
패스를 개시하고 나면 2년 동안은 숙식을 이걸로 해결할 수 있어. 아주 비싼 레스토랑이나 호텔은 안 되겠지만, 웬만한 곳들은 연계가 되어 있어서 패스를 사용할 수 있거든.
[제이크]
그래? 그럼 나도 이 참에 하나 받아야겠네.
[도로시]
그건 당연히 안되지.
[제이크]
뭐야, 왜? 드래곤이라서?
[도로시]
드래곤이고 뭐고, 넌 델피온 제국민이 아니니까 당연히 안 되지!
[제이크]
그럼 난 패스를 못 받는 거야?
잠은 어디서 자고?
[도로시]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제이크]
너무하네.
[도로시]
무턱대고 따라온 게 누군데?! 나리엔에서 재워준 걸로 감지덕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멜리사]
여어, 그럼 오늘이 이 길드 마지막 날이야?
[엘레나]
저기, 상단주님도 명목상으로는 지금 저희 길드 소속인데요.
[멜리사]
과연 흥미롭네. 길드가 실시간으로 와해되는 진귀한 구경도 다 해 보고.
[엘레나]
이 사람…… 철저하게 흥미 위주구나.
[제이크]
뭐, 어쩔 수 없네. 돈만 있으면 되는 거지?
[도로시]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제이크]
필요하면 만들어야지.
제이크가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그러더니 손안에서 금화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 마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액처럼 금화 더미가 금세 수북하게 솟아 올라온다.
[도로시]
돈을, 만들고 있어?!
[제이크]
내 몫의 숙식비는 알아서 해결하라며? 지금 해결하는 중이야.
[엘레나]
딱히 적법한 해결책 같지는 않은걸.
[멜리사]
호오, 고대의 마력으로는 위조 화폐도 아주 감쪽같군……이 아니라!
스톱, 스톱! 이건 상인으로서 묵인할 수 없는 행위야.
여행 경비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이 쪽에서 후원을 할게.
[엘레나]
후원이요?
[멜리사]
그래. 이 진귀한 조합의 길드가 내 눈 앞에서 와해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거든.
[엘레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귀한 구경거리’라더니…….
엘레나의 말은 들은체 만체 하고, 상단주 멜리사가 양피지를 꺼내 뭔가를 끄적인다. 그리고는 양피지 위에 손을 덮어 마력을 담는다.
[멜리사]
자, 여기. 장학증서야.
[엘레나]
장학증서요?
[멜리사]
그래. 돈 필요하면 우리 상단 지부 아무데나 찾아가서 달라고 해. 이걸 보여주면 다들 아무 소리 않고 내어줄 거야.
[도로시]
엘레나. 우리 딱히 황성에 갈 필요가 없게 된 것 같지 않아?
[멜리사]
어허, 어림 없는 소리.
돈 받아갈 때마다 나한테 보고가 올라올 테니까 적당히 봐 가면서 써. 그러지 않으면 유효기간이 2년에서 더 짧아질 수가 있어?
게다가 큰 금액을 인출하려면 지부에서 나한테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어. 대상단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단 말이지.
[도로시]
음. 황성에는 가야겠네.
[엘레나]
그런데 갑자기 이런 큰 호의를 받아도 될 지…….
[멜리사]
뭐 어때? 어차피 여행자 패스 제도도 4대 상단이 각추렴해서 운영하는 건데.
[도로시]
네? 여행자 패스는 델피온 황제가 제국민을 위해 만든 제도, 아니었나요?
[멜리사]
꼬마 마법사님은 아직 순진하구나? 그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다니.
황제는 마지막에 사인만 했을 뿐이야. 처음 제도를 고안해서 제시한 건 나였고.
[도로시]
상단에서 먼저 제도를 만들었다고요? 그럼 더 말이 안 되잖아요.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을 텐데.
[멜리사]
글쎄. 돈은 원없이 벌었으니, 한을 풀고 싶었달까?
[엘레나]
이렇게 부자신데, 무슨 한이 있으셔서…….
[멜리사]
나 이래봬도 자수성가야. 4대 상단 중에서 유일하다구?
어릴 적에는 나름 상단의 딸로 태어나서 유복했는데,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거든. 단순한 마차 사고였다고들 하지만, 아마 그 때 경쟁관계 상단한테 살해당하신 것 같아.
[도로시]
세상에, 그런 일을 겪으신 줄은 몰랐어요…….
[멜리사]
이제는 다 지난 얘기지.
물론, 타살이었다는 건 어디까지나 심증 뿐이야. 만약 사고사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택에 불이 나고 암살자들이 나를 쫓아온 게 설명이 안 되거든.
[제이크]
상단주님도 쫓기는 신세였어?
그럼 타살이라는 건 추측이 아니라 사실인 것 같네. 적어도 내 경험에 비춰보면 말이지.
[엘레나]
무슨 경험……?
[멜리사]
어쨌든, 그렇게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북쪽숲 깊은 곳까지 들어갔어. 마수가 들끓는다고 워낙 악명 높았던 숲이라, 거기까지 암살자들이 따라붙진 않더군.
그래도 계속해서 있는 힘껏 도망쳤어. 그러다 갑자기 숲이 탁 트이고, 널따란 모래밭이 난데없이 나타나는 거 있지?
[엘레나]
숲 한가운데에 난데없이 모래밭이……?
혹시 그거, 둥그렇고 널따란 모습이었나요?
[멜리사]
어라? 어떻게 알았어?
[엘레나]
얼마 전에 ‘봄의 마녀령’을 마주쳤거든요. 그 때도 똑같았어요. 숲에서 갑자기 둥그렇고 널따란 땅이 나타나서는 말이죠.
풀밭이었다는 게 조금 달랐지만.
[멜리사]
신기하네. 마녀령을 다녀온 사람은 나 말고 본 적이 없는데.
[엘레나]
그런가요? 봄의 마녀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진입이 허락된다는데, 아마 특정 조건을 갖춰야만 마녀령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멜리사]
맞아. 웬만해서는 마녀령을 찾기조차 힘들지.
내게 나타난 곳은 ‘모래의 마녀령’이었어. 거긴 아마도 인생이 마치 바싹 마른 사막같은 사람들한테만 진입이 허락되는 모양이야.
[엘레나]
바싹 마른 사막 같은 인생이라…….
[멜리사]
그런데 거기서 만난 모래의 마녀는, 내게는 땡볕의 사막이 아니라 행운의 오아시스같은 존재였어. 심지어 원래 그 마녀령은 스트레아 사막을 떠돈다는데, 운 좋게도 그 날 북쪽 숲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던 거라고 하더라구?
그게 인연이 되어서 모래의 마녀한테 든든한 지원을 받으면서 자랐지.
[제이크]
쫓기는 신세에서 누군가한테 구원을 받다니, 나랑 처지가 비슷하네.
[멜리사]
운이 좋았던 거지, 뭐.
반대로, 재능은 있지만 행운이 따르지 않아서 안타까운 친구들이 참 많이 봤거든. 누구는 후원을 받으면서 자유롭게 세상을 배워나가는데, 그런 기회를 평생 단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채 빛을 잃어가는 삶이라니.
[도로시]
그래서 여행자 패스 제도를 만드신 거예요? 누구나 2년 동안은 마음껏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멜리사]
꼬마 마녀님은 눈치가 빠르구나?
내가 그들같은 처지가 되지 않았으리란 보장도 없었으니까, 왠지 나 자신이 겹쳐 보이기도 했고 말야.
[엘레나]
그럼 왜 상단 이름으로 제도를 만들지 않았어요? 이런 사연이 있는 제도라는 걸 모두가 알게 되면, 온 제국민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는 상단이 될 텐데.
[멜리사]
엥? 푸하핫, 무슨 소리야. 상단 거덜낼 일 있어?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제도를 만들어서 한을 푸는 거고, 자금 자체는 다른 상단들한테서도 뜯어내야지. 황제를 살살 꼬셔서 말이야.
[도로시]
엘레나, 정말……. 이렇게 해야 부자 되는 건가 봐.
[멜리사]
어쩌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네.
아무튼 방금 한 이야기는 비밀로 해 줘.
[엘레나]
으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걸요. 어디서부터 비밀인 거죠?
[멜리사]
모래의 마녀라든가, 어릴 적에 암살자한테 쫓겼다든가. 또 황제를 꼬드겨서 여행자 패스 제도를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전부 다.
[엘레나]
비밀이 많은 분이시네요.
[멜리사]
비밀이 많다기보다, 이걸로 공평한 셈으로 치면 어때? 그 쪽은 드래곤의 정체가 비밀이고, 나는 과거가 비밀이고.
딱히 켕기는 건 아니지만, 유명세 때문에 피곤해지는 건 싫거든. 대중은 늘 사연이란 것을 너무 좋아한단 말이지.
그 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루시가 창 밖을 확인하고는 입을 연다.
[루시]
멜리사 님, 고양이 여관에 도착했습니다.
[멜리사]
벌써? 이야, 정말 한 번도 쉬지 않고 전속력이면 하루만에 도착하는구나. 원래 사흘은 족히 걸리는데.
그러고 보니 잠깐, 힐러님은 괜찮아?
[엘레나]
네? 뭐가……요?
[멜리사]
힘들지 않냐고. 광역 힐, 아직도 가동 중이잖아.
[엘레나]
아참, 그렇네요.
글쎄요. 딱히 어디 다친 분도 없으니 치료할 것도 없었고, 별로 마력을 소모한 것 같지는…….
[멜리사]
거 참, 희한하네.
드래곤을 길드원으로 부릴 정도라니 예상은 했지만서도 말이야.
[엘레나]
그 말씀은……. 보통은 괜찮지 않았어야 한다는 건가요?
[멜리사]
그럼 그럼. 복수의 대상에게 힐을 넣어주면, 그만큼 소모되는 마력도 몇 배가 되거든. 그러니까 팔찌는, 말하자면 수십 개의 빈 컵이 동시에 차오를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장치 역할을 한단 말이지.
[제이크]
에엥? 평범한 인간이라면 자칫 마력 탈진으로 죽겠는걸.
[멜리사]
응, 실제로도 많이 죽었고 말야.
[도로시]
네에?!
[멜리사]
놀라기는. 전쟁 때도, 화살 맞아서 죽는 힐러보다 광역 힐을 무리하게 시전하다 죽는 힐러가 더 많은 법이야.
[도로시]
자, 잠깐! 그런 무서운 일을 엘레나한테 맡겼다고요오?!!
[멜리사]
아아, 그러니까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만 부탁한다, 라고 했잖아? 전쟁 때 힐러들 죽어나갔던 건, 힐러 목에 칼을 들이밀면서 ‘멈추면 죽일 테야!’ 하는 기세였으니까. 그래서 다들 무리하다 픽픽 쓰러졌던 거고.
[도로시]
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이크]
걱정 마, 꼬마 마녀님.
우리 천사님은 다 죽어가는 드래곤도 살려낸 분이야. 인간족 몇 명 피로회복 시켜준다고 쓰러질 일 없어.
[도로시]
칫, 속 편하기는.
[엘레나]
걱정해 줘서 고마워, 도로시.
그런데 사실 나도 광역 기술은 한 번쯤 배우고 싶었어. 마력이야 반…… 아니, 믿는 구석이 있기도 하고.
[도로시]
그렇다면야……. 그런데 광역 기술은 왜 배우고 싶었어? 전쟁에 나갈 것도 아닌데.
[엘레나]
전쟁은 아니어도, 앞으로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 지 모르잖아? 그런데 나는 공격형이 아니니까 둘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텐데, 한 번에 한 명한테만 회복 마법을 걸면 한계가 생길 거야.
그러니까 그 전에 광역 기술은 미리미리 배워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
엘레나의 말을 듣던 상단주 멜리사가 눈썹을 한 번 치켜올리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린다. 이 게임, 대사도 대사지만 이런 연출 디테일까지 엄청 공들인 게 티가 난다. 어쩌면 제작자는 게임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는데, 여건상 애니메이션은 만들지 못해서 게임으로 자아실현을 한 게 아닐까? 물론 스토리에 별 신경 쓰지 않는 플레이어들은 대사 따위 귀찮아하면서 ‘다음’ 버튼만 연신 눌렀겠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멜리사가 쾌활하게 손뼉을 두어 번 치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멜리사]
자자, 다들 누추한 마차에 몸 싣고 오느라 수고 많았어. 길드 마스터님은 이제 그만 우리 상단원들 길드원 설정 해제해주고. 아무리 최강 힐러라고 해도 무리하면 안 되잖아?
[엘레나]
누추한 마차라니, 그건 아무리 들어도 적응 안 되는 표현이네요.
[멜리사]
왜? 장식 같은 건 하나도 안 달았는데. 누추하지.
아참, 길드원 해제할 때 나랑 루시는 남겨줄 수 있어?
[엘레나]
정말로 상단주님이 길드원을 하시려고요? 얼렁뚱땅 만든 길드인데.
[멜리사]
우정의 증표랄까? 통신구가 있으면 어느 때나 연락하기도 쉽고 말야.
[엘레나]
그건 그렇네요.
……? 그런데 저한테 통신구 있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멜리사]
나리엔 촌장이 알려주던데? 통신구 나한테 팔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어떤 마음씨 좋은 길드 마스터한테 물려줬다면서.
[엘레나]
마음씨 좋은 길드 마스터라니, 정말 그 한 마디만으로 아신 거예요?
[멜리사]
하하, 무려 길드 마스터가 나리엔 마을에 몇 명이나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마음씨 좋은’ 길드 마스터는 흔하지 않단 말이지.
아무튼 여기서 이러고들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구. 여독을 풀어야 내일 황성에 도착할 테니까.
그리고 고양이 여관 숙식은 상단에서 댈게. 상단원들 이틀치 숙식비 아껴준 보답이야. 최고급 숙소에서 마음껏 룸서비스도 좀 즐기고.
[도로시]
룸서비스?! 와아, 상단주님 최고!
[제이크]
그럼 나도 최고급 숙소에서 늘어지게 쉬어 볼까나~
[멜리사]
흐음, 둘 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숙소로 직행이네.
힐러님은 나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지 않겠어? 여기 주방장 솜씨가 또 굉장하거든.
[엘레나]
네, 좋아요.
[멜리사]
그러면 먼저 식당에 가서 앉아 쉬고 있어. 나는 잠깐 여기 정비만 하고 바로 갈 테니까.
멜리사의 제안에 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식당으로 향한다. 마차에서 내리는 것부터는 컨트롤러로 조작할 줄 알았는데, 아직 스토리가 안 끝난 건가?
엘레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멜리사에게 루시가 말을 건넨다.
[루시]
그런데 상단주님. 정말로 괜찮으신가요?
[멜리사]
응? 뭐가.
[루시]
회복의 팔찌는 고대 유물이잖아요. 그걸 구하려고 온 제국을 샅샅이 뒤졌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드래곤과 화염 마법사에게 준 선물은 그렇다 쳐도 말이죠.
[멜리사]
아아, 그건 그렇지.
그치만 어차피 그건 내가 갖고 있어봤자 쓰지도 못하는걸? 분석 결과 봐서 루시도 알잖아.
[루시]
확실히 평범한 힐러가 쓰는 데에는 무리가 있긴 했죠.
[멜리사]
무리가 있는 정도가 아니야. 수백, 수천 명이 작정하고 힐러 한 명한테 빨대 꽂고 날뛰어도, 힐러가 죽었으면 죽었지 팔찌 자체는 절대 안 깨질거라잖아? 저거 가지고 있던 신전에서도, 어디 소문났다가 전쟁이라도 터지면 사제들 죽어날까봐 지하실에 꽁꽁 숨기고 있었다며.
[루시]
휴, 그 때는 정말 애 좀 먹었죠. 기부금을 그렇게 뜯어내고 나서야 못이기는척 내어주다니. ‘멜리사 님보다 신전이 더하잖아?’라고 생각했다니까요.
[멜리사]
루시, 나를 그렇게 봤구나…….
[루시]
네? 아앗, 저는 그런 의미는……!
[멜리사]
너무……
[루시]
죄송합……
[멜리사]
너무, 정확해서 소름이야!
[루시]
멜리사 님……!
[멜리사]
농담, 농담.
아무튼 이 몸이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잖아? 외롭게 떠돌던 물건한테 주인 찾아줄 겸, 투자도 한 거지.
[루시]
흠…… 알겠습니다. 멜리사님께서 그러시다면 다 뜻이 있으신 거겠죠.
저는 단지, 이번에는 무려 고대 유물을 장학금으로 건네신 게 아닐까 했거든요.
[멜리사]
장학금이라. 루시 눈에는 그래 보였어?
[루시]
멜리사님 얼굴에 다 쓰여 있었어요. ‘이 자가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라고 말이죠.
[멜리사]
역시, 내 눈빛만 봐도 다 아는구만? 내가 비서 하나는 잘 뒀어.
[루시]
이 방면으로는 너무 잘 알죠. 저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멜리사]
흐응~ 아무래도 나는, 누구든지 재능을 썩히고 있으면 그걸 지켜보는 내 속이 답답해져서 말이지. 아까 그 힐러님도 예전의 누구처럼 자기 잠재력을 과소평가 하는 것 같았거든.
필 수 있는 꽃은 다 피어야지! 그래야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겠어?
[루시]
하하, 여전하시네요.
이제 들어가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멜리사]
오케이~! 가서 주방장한테 오랜만에 따끈따끈한 저녁밥 좀 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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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04 상단주 멜리사의 세 가지 선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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