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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1 화가의 물감 (2)

by 구의동 에밀리

일단은 오스페스 광장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도 친절한 지도는 반짝이는 화살표와 함께 오스페스 광장을 가리켰다. 찬찬히 따라가니 널따란 광장이 나타나고, 저 편의 널찍한 계단에 화살표가 반짝인다.


~ 오스페스 광장 ~


계단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퀘스트 완료 창이 뜬다.


~ 거리의 화가 (100%) ~

그림 도구를 구해오자.

v 화방을 방문하기

v 그림 도구를 구입하기

v 오스페스 광장으로 돌아오기 COMPLETE!

보상 : 풍경화 그리기 스킬 획득

[ > 확인 ]


~ 풍경화 그리기 스킬 획득 ~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화구 아이템을 사용하면 화면을 그릴 수 있습니다.

[ > 확인 ]


화구 아이템이라면 아까 화방에서 사 온 물건을 말하는 것이겠지?

스킬 획득 안내창을 닫자, 스토리가 다시 진행된다.


[다니엘라]

날씨 정말 좋다!

왜 브랜든 씨가 오늘 같은 날씨에는 수채화를 그리기 좋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엘레나]

응, 이런 햇볕에는 물감이 금방금방 말라서 편하겠어.

다니엘라는 그림을 많이 그려봤나봐?


[다니엘라]

헤헤, 별로 그렇진 않아. 심지어 수채화라면 뭔가 도구도 잔뜩 준비해야 할 것 같고 말야.

그런데 오늘 보니까 젤라또 두 개 가격이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셈이더라구? 왠지 신기해…….


[도로시]

그럼 물통부터 채워볼까?

어디 보자, 물을 받아올 만한 곳이~


[다니엘라]

아앗, 물통 정도는 내가 마법으로 금방 채울 수 있어!

이래봬도 물의 마법사거든.


[도로시]

체스만 잘 하는게 아니었구나?


[다니엘라]

체스를 ‘아주아주아주’ 잘 할 뿐이지, 물의 마법도 제법 한다구.

엣헴!


[도로시]

멋지다, 다니엘라! 역시 길드원으로 영입하길 잘했어!


[엘레나]

음, 이건 내 생각인데 말이야.

그래도 이왕 오스페스 광장에 왔으니까, 여기에서 구한 물로 그림을 그리면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


[도로시]

더 특별해진다구?


[엘레나]

응, 나중에 그림을 보면 ‘오스페스 광장 물로 그렸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서 저 분수대의 물로 그리면 말이야.


[다니엘라]

아앗, 그렇다면 나도 찬성이야!

마법으로 만든 물은 나중에라도 언제든 보여줄 수 있으니까.


[엘레나]

고마워, 다니엘라.

그럼 물통은 내가 가서 채워다 올게. 다들 그림 도구를 준비해 줄 수 있어?


[다니엘라]

응!


대화가 종료되었지만 퀘스트 창은 뜨지 않는다. 눈치껏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분수대 쪽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떠 있다.

광장을 가로질러서 분수대를 향한다. 돌길을 타박타박 밟는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려온다. 마치 정말로 유럽 어느 도시의 광장에 온 기분이 든다.

따사로운 햇살과 그 아래 광장에 가득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행복한 표정. 게다가 제국의 황성답게 적당한 활기를 띤 광장의 분위기가 기분 좋은 소음을 타고 들려온다.

분수대에 다다르니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목을 축인다

동전을 던진다


첫번째 선택지는 예상한대로인데, 두번째 선택지는 좀 의외다. 분수대 물을 마신다고……?

궁금하니까 일단 선택해본다.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 목을 축인다

동전을 던진다


[행인]

어이, 거기!


[엘레나]

네?


[행인]

마실 수는 없는 물이야.

다들 동전을 잔뜩 던지고 있는 것 안 보여?


[엘레나]

아앗?! 고, 고맙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으로부터 핀잔을 받는 전개구나. 그래도 게임이니까 이런 호기심도 마음껏 발동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선택지로 간다.


>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목을 축인다

동전을 던진다


[엘레나]

이얏차, 물이 가득 찼네.


엘레나의 말과 함께, 손에 들린 물통에 물이 찰랑찰랑 차 있는 게 보인다. 엘레나도 약간 낑낑대며 들고 있는 듯한 포즈로 바뀐다.

광장 계단 쪽에서 반짝이는 화살표를 따라간다. 이제 보니 광장 계단에는 사람들이 제각기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고 있다. 작은 수첩에 뭔가를 끄적이는 사람도 있고, 이젤을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다수는 샌드위치나 아이스크림, 음료 등을 하나씩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엘레나]

물을 가져왔어.


[다니엘라]

응, 고마워!

엘레나도 옆에 와서 같이 그리자. 다들 벌써 밑그림을 시작했거든.


[엘레나]

어디 보자, 다니엘라는 분수대를 그리고 있었고.

도로시는 꼬마들을 그리고 있었네?


[도로시]

응! 그리고 아마 얘네들 엄마는, 저기 건너편에서 빵 바구니를 무릎에 얹고 옆에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저 분인 것 같아.


[제이크]

남매인가 보네.

그런데 꼬마 마녀님은 오빠가 있었어? 한 번도 얘기를 안 해서 외동인 줄 알았는걸.


[도로시]

으응, 그게…….


[제이크]

……?


[도로시]

사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다니엘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도로시]

오빠를 축제 때 잃어버렸거든.


[제이크]

축제 때?

오빠가 널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도로시]

아이 정말! 잔뜩 눈물 나려고 했는데.

나 물통이나 새로 채워줘. 벌이야.


[다니엘라]

에엣, 벌써 색칠까지 다 한 거야?


[도로시]

배경을 잘 못 그려서, 하늘만 잔뜩 파랗게 칠했거든…….

어쨌든 다녀와, 제이크!!!


[제이크]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꼬마 마녀님~


[도로시]

빨리 다녀오…… 으응?!

웬일로 순순히?


[제이크]

벌이라며?

대신에 천사님이랑 같이 갈래.


[엘레나]

나는 왜?


[도로시]

에휴, 그럼 그렇지.


[다니엘라]

헤헷, 제이크는 엘레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엘레나]

뭐어?! 다니엘라까지 왜 그래!


[제이크]

아아, 다니엘라마저 눈치를 채 버린 건가?

어쩔 수 없겠어. 이젠 공식으로 사내커플이랄까~


[엘레나]

너…… 너 혼자 갔다 와!!!


[제이크]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데~


[엘레나]

으으…….


다시 분수대 쪽에 화살표가 반짝인다.

이번에는 제이크가 엘레나를 졸졸 따라간다. 엘레나 양, 어쩐지 본의 아니게 휘말린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플레이어의 호기심의 희생양 역할도 해주어야겠어.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목을 축인다

> 동전을 던진다


[제이크]

저기 사람들, 동전을 던지는데?


[엘레나]

응, 그래서 여기 물은 마시면 안 되나봐.


[제이크]

……딱 봐도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엘레나]

그, 그런가.


[제이크]

그런데 다들 왜 던지는 걸까? 행운이라도 가져다 주려나?


[엘레나]

글쎄. 한 번 던져 볼까?

정중앙에 골인시키면 정말 행운을 줄 지도 모르잖아.


[제이크]

좋아! 이런 건 자신 있지.


제이크가 분수대 중앙을 향해 힘껏 동전을 던진다. 역시 명중이다.

엘레나 차례가 되자, 풍향과 바람 세기를 알리는 작은 아이콘이 나타난다. 그리고 동전의 예상 궤적이 그려지면서 화면 아래쪽에 게이지 하나가 뜬다. 예상 궤적은 방향키로, 게이지는 버튼을 꾹 누름으로써 조종이 가능하다.

아니 그런데 이 궤적, 풍향이 바뀌면서 휘청휘청 바뀌어버린다. 게다가 게이지는 적절한 힘을 나타내는 것 같은데, 바람 세기가 바뀜에 따라 게이지 자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해버린다. 궤적을 신경쓰면서 ‘최적 스팟’ 같이 표시된 정중앙에 딱 맞추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결국 동전은 분수대 중앙을 벗어나 버린다. 이거 정말 명중시키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거야……?


[엘레나]

엥, 빗나가 버렸어.

제이크는 운동 신경이 좋네.


[제이크]

드래곤이니까 당연하잖아.

그래도 행운을 가져다 주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천사님이랑 이렇게 단둘이 얘기도 할 수 있고.


[엘레나]

자꾸 그렇게 장난치면…….


[제이크]

난, 장난 아니야.


[엘레나]

무, 무슨……?


[제이크]

도로시한테 실없는 얘기한 것도 천사님 마음에 들고 싶어서 그런 거야.

엘레나는 도로시가 울면 슬퍼할 거잖아?


[엘레나]

그런…….


[제이크]

후후, 이렇게 얼굴이 금방 빨개져서 어떡하지, 천사님?

슬슬 걸어가면서 다른 얘기나 해 볼까?


[엘레나]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대화가 종료되고, 다시 오스페스 광장 계단으로 돌아간다.

정말 내가 편협한 마인드일지 모르지만, 엘레나를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선택했어도 똑같은 전개였을지 몹시 궁금하다.


[제이크]

자, 신선한 물 대령이요~


[도로시]

우웅, 고마워.


[제이크]

그래서, 둘이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도로시]

응, 우리 오빠 얘기를 막 시작하고 있었어.


[제이크]

그래?


[도로시]

응. 어디까지 얘기했지?

맞다, 오빠는 인어를 연구하고 싶어했어. 나는 마우트 호수 마을 출신인데, 우리 마을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거든.


[다니엘라]

무슨 전설인데?


[도로시]

하늘의 별과 땅의 별이 빛나면, 호수에서 인어를 만날 수 있대.


[다니엘라]

하늘의 별과 땅의 별이라……. 그치만 인어는 모두 인어의 성에만 살지 않아? 그 먼 바다에서 호수까지 어떻게 가는 거야?


[도로시]

글쎄, 그러니까 전설이 아닐까?

그런데 오빠가 그 인어를 직접 봤다고 했어. 정말 아름다웠대.


[엘레나]

신비로운 이야기네.


[도로시]

그래서 오빠는 인어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어했어. 아름답고 신비로운 생명체 같다고, 꿈꾸는 듯한 눈으로 얘기하곤 했거든.

그런데 축제 때 마을 호수에서 나랑 배를 타다가…….


[엘레나]

……?


[도로시]

으응……. 아무튼……. 나쁜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오빠는 호수에 빠지고, 나만 마을로 돌아오게 됐어.


[제이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고 믿는 거지?


[엘레나]

제이크……!


[제이크]

아까, ‘잃어버렸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도로시]

……응.

내가 쓰는 이 마법 지팡이 있잖아. 위쪽에 수정이 달려 있지?

이건 쌍둥이 마정석이야. 마력 파동이 동일한 한 쌍의 마정석이 같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엘레나]

쌍둥이 마정석?


[도로시]

응. 쌍둥이 마정석 한 쌍을 마력 파동이 비슷한 마법사 둘이 한 개씩 소지하고 있으면, 그들 사이에 공명이 발생하면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돼.


[제이크]

그렇다는 건, 비슷한 마력 파동을 가진 남매가 쌍둥이 마정석을 나누어 가졌고, 그 공명이 아직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야?


[도로시]

맞아. 그러니까 오빠는 지금쯤 어딘가 살아 있을 거야. 마을 사람들이 온 동네를 샅샅이 뒤져도 못 찾았으니까, 아마 우리 마을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것 같고.


[다니엘라]

그럼 도로시는, 사실 오빠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 거야?

난 미식 여행인 줄 알았는데.


[도로시]

헤헤, 물론 그것도 있긴 하지만. 오빠를 잃고 나서 부모님은 한동안 무척 슬퍼하셨는데, 그런 후에 내게 여행자 패스로 여행을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셨어.


[다니엘라]

그렇구나……. 오빠 일 때문에 도로시가 더 걱정되셨을 수도 있을 텐데.


[도로시]

인어 연구를 하지 못하고 호수 마을에만 머물렀던 오빠가 안타까우셨던 것 같아.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도로시는 되도록 넓은 세상을 많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부모님이 하시던 마도구 공방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는 그런 부담도 버리고 말야.

그래서 말인데……. 우리 여행 중에 같이 인어의 성에 가 봐도 될까?


[엘레나]

물론이지!


[제이크]

나도 찬성이긴 한데, 엘레나. 인어의 성에 어떻게 가는지는 알아?


[엘레나]

그, 글쎄……? 지도를 보고?


[제이크]

응? 하하, 그래 우선 지도를 보자.


다시 플레이어블 모드로 전환된다.

제이크의 말대로 지도를 펼쳐본다. 이제는 화면에 지도가 펼쳐진 상태에서 대사가 진행된다.


[제이크]

인어의 성에 가려면 우선 서쪽 항구로 가야 해.


그 말에, 바다 한가운데에 ‘인어의 성’이라고 적힌 장소가 반짝인다. 그리고 이후 제이크가 짚어주는 장소들도 마치 경로가 표시되듯이 함께 반짝인다.


[제이크]

여기서 배를 구한 다음, 환상의 섬으로 가야 해. 그런데 환상의 섬은 그 곳에 사는 요정들이 필요로 하는 뭔가를 들어줘야 접근을 허락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


[엘레나]

필요로 하는 뭔가를? 그게 뭔데?


[제이크]

글쎄, 그건 서쪽 항구에 가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환상의 섬에서는 접경지에서 인어의 성을 볼 수 있다고 해.


제이크의 말을 끝으로, 지도가 접히고 다시 캐릭터들 간의 대화가 이어진다.


[엘레나]

으음,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구나.


[도로시]

제이크는 이거 어떻게 알았어? 나는 오빠 방에 있던 자료들을 잔뜩 찾아보고 인어의 성 가는 길을 겨우 알아냈는데.


[제이크]

뭐, 오래 살면 여러가지를 듣게 되거든.


[도로시]

그럼, 가 본 적도 있어?


[제이크]

아니. 불의 드래곤이 인어의 성까지 갈 일은 딱히 없어서 말이야.


[도로시]

역시, 가 본 적은 없구나.


[다니엘라]

그래도 어떻게 가는지는 아니까, 같이 가보자!


~ 물감과 바다와 인어의 성 (0%) ~

새로운 퀘스트 발생!

물감을 가지고 인어의 성에 가자.

[ > 수락 ]


[엘레나]

인어의 성이라, 나도 궁금한 걸?


[도로시]

그치만 우웅, 나 때문에 너무 급하게 가진 않았으면 좋겠어.

도로시는 오빠 몫까지 열심히 여행하고 싶거든.


[제이크]

좋아, 동감이야.


[다니엘라]

응! 여행도 많이 하고, 재밌게 다니자!


[제이크]

천사님은 어때? 길드 마스터잖아.


[엘레나]

나도 찬성이야. 여행자 패스도 한 번 뿐이니까, 우리 길드의 여행도 미룰 수 없지!


[도로시]

헤헷, 정말 고마워, 다들!


엘레나 길드 일행이 기운차게 여행을 다짐하고, 여느 때와 같이 수다스러운 분위기가 되어서 다시 풍경화를 그린다.

도로시의 유리병에 담긴 파란 물감이 햇살 아래 부서지는 파도처럼 조용히 반짝인다.

이 물감, 아무래도 복선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Ch.11 화가의 물감

- 끝 -

Ch.11 화가의 물감 (2)


일단은 오스페스 광장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도 친절한 지도는 반짝이는 화살표와 함께 오스페스 광장을 가리켰다. 찬찬히 따라가니 널따란 광장이 나타나고, 저 편의 널찍한 계단에 화살표가 반짝인다.


~ 오스페스 광장 ~


계단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퀘스트 완료 창이 뜬다.


~ 거리의 화가 (100%) ~

그림 도구를 구해오자.

v 화방을 방문하기

v 그림 도구를 구입하기

v 오스페스 광장으로 돌아오기 COMPLETE!

보상 : 풍경화 그리기 스킬 획득

[ > 확인 ]


~ 풍경화 그리기 스킬 획득 ~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화구 아이템을 사용하면 화면을 그릴 수 있습니다.

[ > 확인 ]


화구 아이템이라면 아까 화방에서 사 온 물건을 말하는 것이겠지?

스킬 획득 안내창을 닫자, 스토리가 다시 진행된다.


[다니엘라]

날씨 정말 좋다!

왜 브랜든 씨가 오늘 같은 날씨에는 수채화를 그리기 좋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엘레나]

응, 이런 햇볕에는 물감이 금방금방 말라서 편하겠어.

다니엘라는 그림을 많이 그려봤나봐?


[다니엘라]

헤헤, 별로 그렇진 않아. 심지어 수채화라면 뭔가 도구도 잔뜩 준비해야 할 것 같고 말야.

그런데 오늘 보니까 젤라또 두 개 가격이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셈이더라구? 왠지 신기해…….


[도로시]

그럼 물통부터 채워볼까?

어디 보자, 물을 받아올 만한 곳이~


[다니엘라]

아앗, 물통 정도는 내가 마법으로 금방 채울 수 있어!

이래봬도 물의 마법사거든.


[도로시]

체스만 잘 하는게 아니었구나?


[다니엘라]

체스를 ‘아주아주아주’ 잘 할 뿐이지, 물의 마법도 제법 한다구.

엣헴!


[도로시]

멋지다, 다니엘라! 역시 길드원으로 영입하길 잘했어!


[엘레나]

음, 이건 내 생각인데 말이야.

그래도 이왕 오스페스 광장에 왔으니까, 여기에서 구한 물로 그림을 그리면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


[도로시]

더 특별해진다구?


[엘레나]

응, 나중에 그림을 보면 ‘오스페스 광장 물로 그렸지’ 하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서 저 분수대의 물로 그리면 말이야.


[다니엘라]

아앗, 그렇다면 나도 찬성이야!

마법으로 만든 물은 나중에라도 언제든 보여줄 수 있으니까.


[엘레나]

고마워, 다니엘라.

그럼 물통은 내가 가서 채워다 올게. 다들 그림 도구를 준비해 줄 수 있어?


[다니엘라]

응!


대화가 종료되었지만 퀘스트 창은 뜨지 않는다. 눈치껏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분수대 쪽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떠 있다.

광장을 가로질러서 분수대를 향한다. 돌길을 타박타박 밟는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려온다. 마치 정말로 유럽 어느 도시의 광장에 온 기분이 든다.

따사로운 햇살과 그 아래 광장에 가득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행복한 표정. 게다가 제국의 황성답게 적당한 활기를 띤 광장의 분위기가 기분 좋은 소음을 타고 들려온다.

분수대에 다다르니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목을 축인다

동전을 던진다


첫번째 선택지는 예상한대로인데, 두번째 선택지는 좀 의외다. 분수대 물을 마신다고……?

궁금하니까 일단 선택해본다.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 목을 축인다

동전을 던진다


[행인]

어이, 거기!


[엘레나]

네?


[행인]

마실 수는 없는 물이야.

다들 동전을 잔뜩 던지고 있는 것 안 보여?


[엘레나]

아앗?! 고, 고맙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으로부터 핀잔을 받는 전개구나. 그래도 게임이니까 이런 호기심도 마음껏 발동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번에는 제대로 된 선택지로 간다.


>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목을 축인다

동전을 던진다


[엘레나]

이얏차, 물이 가득 찼네.


엘레나의 말과 함께, 손에 들린 물통에 물이 찰랑찰랑 차 있는 게 보인다. 엘레나도 약간 낑낑대며 들고 있는 듯한 포즈로 바뀐다.

광장 계단 쪽에서 반짝이는 화살표를 따라간다. 이제 보니 광장 계단에는 사람들이 제각기 여유롭게 햇살을 즐기고 있다. 작은 수첩에 뭔가를 끄적이는 사람도 있고, 이젤을 가져와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다수는 샌드위치나 아이스크림, 음료 등을 하나씩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엘레나]

물을 가져왔어.


[다니엘라]

응, 고마워!

엘레나도 옆에 와서 같이 그리자. 다들 벌써 밑그림을 시작했거든.


[엘레나]

어디 보자, 다니엘라는 분수대를 그리고 있었고.

도로시는 꼬마들을 그리고 있었네?


[도로시]

응! 그리고 아마 얘네들 엄마는, 저기 건너편에서 빵 바구니를 무릎에 얹고 옆에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저 분인 것 같아.


[제이크]

남매인가 보네.

그런데 꼬마 마녀님은 오빠가 있었어? 한 번도 얘기를 안 해서 외동인 줄 알았는걸.


[도로시]

으응, 그게…….


[제이크]

……?


[도로시]

사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다니엘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도로시]

오빠를 축제 때 잃어버렸거든.


[제이크]

축제 때?

오빠가 널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도로시]

아이 정말! 잔뜩 눈물 나려고 했는데.

나 물통이나 새로 채워줘. 벌이야.


[다니엘라]

에엣, 벌써 색칠까지 다 한 거야?


[도로시]

배경을 잘 못 그려서, 하늘만 잔뜩 파랗게 칠했거든…….

어쨌든 다녀와, 제이크!!!


[제이크]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꼬마 마녀님~


[도로시]

빨리 다녀오…… 으응?!

웬일로 순순히?


[제이크]

벌이라며?

대신에 천사님이랑 같이 갈래.


[엘레나]

나는 왜?


[도로시]

에휴, 그럼 그렇지.


[다니엘라]

헤헷, 제이크는 엘레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엘레나]

뭐어?! 다니엘라까지 왜 그래!


[제이크]

아아, 다니엘라마저 눈치를 채 버린 건가?

어쩔 수 없겠어. 이젠 공식으로 사내커플이랄까~


[엘레나]

너…… 너 혼자 갔다 와!!!


[제이크]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데~


[엘레나]

으으…….


다시 분수대 쪽에 화살표가 반짝인다.

이번에는 제이크가 엘레나를 졸졸 따라간다. 엘레나 양, 어쩐지 본의 아니게 휘말린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플레이어의 호기심의 희생양 역할도 해주어야겠어.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목을 축인다

> 동전을 던진다


[제이크]

저기 사람들, 동전을 던지는데?


[엘레나]

응, 그래서 여기 물은 마시면 안 되나봐.


[제이크]

……딱 봐도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엘레나]

그, 그런가.


[제이크]

그런데 다들 왜 던지는 걸까? 행운이라도 가져다 주려나?


[엘레나]

글쎄. 한 번 던져 볼까?

정중앙에 골인시키면 정말 행운을 줄 지도 모르잖아.


[제이크]

좋아! 이런 건 자신 있지.


제이크가 분수대 중앙을 향해 힘껏 동전을 던진다. 역시 명중이다.

엘레나 차례가 되자, 풍향과 바람 세기를 알리는 작은 아이콘이 나타난다. 그리고 동전의 예상 궤적이 그려지면서 화면 아래쪽에 게이지 하나가 뜬다. 예상 궤적은 방향키로, 게이지는 버튼을 꾹 누름으로써 조종이 가능하다.

아니 그런데 이 궤적, 풍향이 바뀌면서 휘청휘청 바뀌어버린다. 게다가 게이지는 적절한 힘을 나타내는 것 같은데, 바람 세기가 바뀜에 따라 게이지 자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해버린다. 궤적을 신경쓰면서 ‘최적 스팟’ 같이 표시된 정중앙에 딱 맞추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결국 동전은 분수대 중앙을 벗어나 버린다. 이거 정말 명중시키는 사람이 있기나 한 거야……?


[엘레나]

엥, 빗나가 버렸어.

제이크는 운동 신경이 좋네.


[제이크]

드래곤이니까 당연하잖아.

그래도 행운을 가져다 주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천사님이랑 이렇게 단둘이 얘기도 할 수 있고.


[엘레나]

자꾸 그렇게 장난치면…….


[제이크]

난, 장난 아니야.


[엘레나]

무, 무슨……?


[제이크]

도로시한테 실없는 얘기한 것도 천사님 마음에 들고 싶어서 그런 거야.

엘레나는 도로시가 울면 슬퍼할 거잖아?


[엘레나]

그런…….


[제이크]

후후, 이렇게 얼굴이 금방 빨개져서 어떡하지, 천사님?

슬슬 걸어가면서 다른 얘기나 해 볼까?


[엘레나]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대화가 종료되고, 다시 오스페스 광장 계단으로 돌아간다.

정말 내가 편협한 마인드일지 모르지만, 엘레나를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선택했어도 똑같은 전개였을지 몹시 궁금하다.


[제이크]

자, 신선한 물 대령이요~


[도로시]

우웅, 고마워.


[제이크]

그래서, 둘이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도로시]

응, 우리 오빠 얘기를 막 시작하고 있었어.


[제이크]

그래?


[도로시]

응. 어디까지 얘기했지?

맞다, 오빠는 인어를 연구하고 싶어했어. 나는 마우트 호수 마을 출신인데, 우리 마을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거든.


[다니엘라]

무슨 전설인데?


[도로시]

하늘의 별과 땅의 별이 빛나면, 호수에서 인어를 만날 수 있대.


[다니엘라]

하늘의 별과 땅의 별이라……. 그치만 인어는 모두 인어의 성에만 살지 않아? 그 먼 바다에서 호수까지 어떻게 가는 거야?


[도로시]

글쎄, 그러니까 전설이 아닐까?

그런데 오빠가 그 인어를 직접 봤다고 했어. 정말 아름다웠대.


[엘레나]

신비로운 이야기네.


[도로시]

그래서 오빠는 인어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어했어. 아름답고 신비로운 생명체 같다고, 꿈꾸는 듯한 눈으로 얘기하곤 했거든.

그런데 축제 때 마을 호수에서 나랑 배를 타다가…….


[엘레나]

……?


[도로시]

으응……. 아무튼……. 나쁜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오빠는 호수에 빠지고, 나만 마을로 돌아오게 됐어.


[제이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고 믿는 거지?


[엘레나]

제이크……!


[제이크]

아까, ‘잃어버렸다’고 했으니까. 그렇지?


[도로시]

……응.

내가 쓰는 이 마법 지팡이 있잖아. 위쪽에 수정이 달려 있지?

이건 쌍둥이 마정석이야. 마력 파동이 동일한 한 쌍의 마정석이 같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


[엘레나]

쌍둥이 마정석?


[도로시]

응. 쌍둥이 마정석 한 쌍을 마력 파동이 비슷한 마법사 둘이 한 개씩 소지하고 있으면, 그들 사이에 공명이 발생하면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돼.


[제이크]

그렇다는 건, 비슷한 마력 파동을 가진 남매가 쌍둥이 마정석을 나누어 가졌고, 그 공명이 아직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야?


[도로시]

맞아. 그러니까 오빠는 지금쯤 어딘가 살아 있을 거야. 마을 사람들이 온 동네를 샅샅이 뒤져도 못 찾았으니까, 아마 우리 마을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것 같고.


[다니엘라]

그럼 도로시는, 사실 오빠를 찾으러 여행을 떠난 거야?

난 미식 여행인 줄 알았는데.


[도로시]

헤헤, 물론 그것도 있긴 하지만. 오빠를 잃고 나서 부모님은 한동안 무척 슬퍼하셨는데, 그런 후에 내게 여행자 패스로 여행을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셨어.


[다니엘라]

그렇구나……. 오빠 일 때문에 도로시가 더 걱정되셨을 수도 있을 텐데.


[도로시]

인어 연구를 하지 못하고 호수 마을에만 머물렀던 오빠가 안타까우셨던 것 같아.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도로시는 되도록 넓은 세상을 많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 부모님이 하시던 마도구 공방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는 그런 부담도 버리고 말야.

그래서 말인데……. 우리 여행 중에 같이 인어의 성에 가 봐도 될까?


[엘레나]

물론이지!


[제이크]

나도 찬성이긴 한데, 엘레나. 인어의 성에 어떻게 가는지는 알아?


[엘레나]

그, 글쎄……? 지도를 보고?


[제이크]

응? 하하, 그래 우선 지도를 보자.


다시 플레이어블 모드로 전환된다.

제이크의 말대로 지도를 펼쳐본다. 이제는 화면에 지도가 펼쳐진 상태에서 대사가 진행된다.


[제이크]

인어의 성에 가려면 우선 서쪽 항구로 가야 해.


그 말에, 바다 한가운데에 ‘인어의 성’이라고 적힌 장소가 반짝인다. 그리고 이후 제이크가 짚어주는 장소들도 마치 경로가 표시되듯이 함께 반짝인다.


[제이크]

여기서 배를 구한 다음, 환상의 섬으로 가야 해. 그런데 환상의 섬은 그 곳에 사는 요정들이 필요로 하는 뭔가를 들어줘야 접근을 허락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


[엘레나]

필요로 하는 뭔가를? 그게 뭔데?


[제이크]

글쎄, 그건 서쪽 항구에 가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환상의 섬에서는 접경지에서 인어의 성을 볼 수 있다고 해.


제이크의 말을 끝으로, 지도가 접히고 다시 캐릭터들 간의 대화가 이어진다.


[엘레나]

으음,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구나.


[도로시]

제이크는 이거 어떻게 알았어? 나는 오빠 방에 있던 자료들을 잔뜩 찾아보고 인어의 성 가는 길을 겨우 알아냈는데.


[제이크]

뭐, 오래 살면 여러가지를 듣게 되거든.


[도로시]

그럼, 가 본 적도 있어?


[제이크]

아니. 불의 드래곤이 인어의 성까지 갈 일은 딱히 없어서 말이야.


[도로시]

역시, 가 본 적은 없구나.


[다니엘라]

그래도 어떻게 가는지는 아니까, 같이 가보자!


~ 물감과 바다와 인어의 성 (0%) ~

새로운 퀘스트 발생!

물감을 가지고 인어의 성에 가자.

[ > 수락 ]


[엘레나]

인어의 성이라, 나도 궁금한 걸?


[도로시]

그치만 우웅, 나 때문에 너무 급하게 가진 않았으면 좋겠어.

도로시는 오빠 몫까지 열심히 여행하고 싶거든.


[제이크]

좋아, 동감이야.


[다니엘라]

응! 여행도 많이 하고, 재밌게 다니자!


[제이크]

천사님은 어때? 길드 마스터잖아.


[엘레나]

나도 찬성이야. 여행자 패스도 한 번 뿐이니까, 우리 길드의 여행도 미룰 수 없지!


[도로시]

헤헷, 정말 고마워, 다들!


엘레나 길드 일행이 기운차게 여행을 다짐하고, 여느 때와 같이 수다스러운 분위기가 되어서 다시 풍경화를 그린다.

도로시의 유리병에 담긴 파란 물감이 햇살 아래 부서지는 파도처럼 조용히 반짝인다.

이 물감, 아무래도 복선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Ch.11 화가의 물감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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