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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의동 에밀리 Dec 15. 2024

Ch.11 화가의 물감 (1)

~ 여행자 숙소 ~


여행자 숙소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다짜고짜 도로시가 방 한쪽 구석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도로시]

오스페스 광장…….


그리고 도로시의 곁에는 다니엘라가 같이 쭈그리고 앉아서 뭔가를 같이 보고 있다.


[도로시]

델피온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알려진 이곳은, 아름다운 분수대와 그 규모로 언제나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엘레나]

하아암, 도로시? 벌써 일어났어?

뭘 읽고 있는 거야?


[도로시]

앗, 안녕 엘레나! 잘 잤어?

가이드북에서 오늘 어디 갈 지를 찾아보고 있었지.


[다니엘라]

도로시는 오스페스 광장이 보러 가고 싶대!


[도로시]

아, 아니, 그러니까 꼭 내맘대로 가자고 하는 건 아니구~

모두의 의견을 들어야 하니까, 엣헴!


[엘레나]

푸흡, 그러면 이럴 때 길드 마스터가 나서면 되는 거야?

자아 오늘의 행선지는 오스페스 광장입니다!


[도로시]

와앗, 이렇게 바로?

엘레나 최고!


[다니엘라]

흐응, 그럼 과반수네? 제이크는 통보만 하면 되겠어~


어쩐지 제이크에 대해서는 의견이 몹시 일치하는 도로시와 다니엘라다. 막강한 불의 드래곤 컨셉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길드 먹이사슬 최하위 같은 느낌이다.

여행자 숙소의 식당으로 가니, 제이크가 미리 와서 식탁에 앉아 있다. 이토록 성실한 친구인데 취급이 조금 불쌍하다.

평소처럼 간단하게 조식을 만들어 먹고, 숙소를 나서서 오스페스 광장을 찾아간다. 지도에도 표시가 되어있는데다 이제는 길이 눈에 익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간다.

그래도 무슨 보상을 얻기 위해 억지로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 같은 게 아니니, 여유롭게 황성을 구경하며 목적지를 향한다. 햇살이 반짝반짝 돌길을 비춘다. 사람들의 표정도 날씨처럼 너그럽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 오스페스 광장 ~


광장에 도착하니 스토리가 다시 진행된다.


[다니엘라]

흐응~ 여기가 오스페스 광장이구나!


[도로시]

그런데 오스페스 광장이 델피온 제국에 있다니, 이름이 헷갈려.


[엘레나]

그러게. 왠지 여기가 아니라 오스페스 왕국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이름이야.


[다니엘라]

에헷, 헷갈리지?

그런데 사실 오스페스 왕국에도 델피온 광장이 있단 말씀!


[도로시]

완전 헷갈리는데?!


[다니엘라]

흠흠, 이게 다 사연이 있어.

예~전에 두 나라가 수교를 맺으면서 중앙 광장 이름을 서로의 나라 이름으로 바꾸었거든.


[제이크]

호오, 귀여운 외교 문화인데?


[도로시]

다니엘라는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가이드북에서도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


[다니엘라]

예전에 오스페스 왕국에 한 번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거든. 그 때 중앙 광장 이름이 델피온 광장이길래 신기해서 찾아봤지!


[엘레나]

정말? 다니엘라도 체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나 보네.


[다니엘라]

으으, 그건 아니야. 난 아직 해외 원정은 많이 못 다녀봤구, 딱 한 번 여행으로 다녀온 나라가 오스페스 왕국이었을 뿐이야.


[도로시]

있잖아, 오스페스 왕국은 어때?


[다니엘라]

음~ 예술로 가득한 나라라고나 할까? 거리에는 악사와 화가가 널려 있고, 다들 왠지 모르게 낭만적인 분위기야.


[제이크]

흥미로운 나라잖아? 델피온은 황궁부터가 크기만 무식하게 컸지 허여멀건해서 밋밋했는데. 나는 딱 봐도 오스페스 쪽이 취향일 것 같아.


[도로시]

아니, 그래도 여긴 델피온 황성이잖아! 한복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떡해.


[다니엘라]

그치만 도로시도 오스페스 왕국에 가 보면 마음이 달라질 지도 몰라. 특히 왕성에서 좀 더 가면 예술가 마을이 따로 있는데, 그 마을은 정말 아름답거든.


[엘레나]

오스페스라는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광장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많네?

계단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까,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꽤 있어.


[제이크]

글쎄, 그냥 날씨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닐까?


[엘레나]

흐응, 그런가?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붓이며 이젤이며, 전용 도구를 가지고 나온 사람들도 많은 걸.


[도로시]

와아, 낭만적이야……. 도로시는 이런 광장 풍경은 처음 봐!


[엘레나]

그래?


[도로시]

응! 광장 계단에는 길거리 음식을 들고 앉아있는 사람들만 많을 줄 알았거든. 샌드위치라든지, 아이스크림이라든지~

그런데 여기서 그림을 그리다니. 정말 다들 너무 낭만적이지 않아?


[다니엘라]

그럼 우리도 그림을 그려볼까?


[도로시]

앗, 우리도?!


[다니엘라]

응! 못할 것 없지!

나도 맨날 체스 말만 다뤄서, 오랜만에 붓을 한 번 쥐고 싶어.


[제이크]

체스 선수 되기 전에는 화가였어?


[다니엘라]

엥? 그건 아닌데.

꼭 화가만 그림 그리란 법은 없잖아?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다 그림 그리면서 노는걸.


[엘레나]

꽤…… 어른스럽네…….


[다니엘라]

어때, 다들?


[도로시]

도로시는 완전 찬성이야! 두근두근해!


[제이크]

나도 한 번 동참해 볼까나?

그런데 그 전에 그림 도구부터 구해야겠는걸.


~ 거리의 화가 (0%) ~

새로운 퀘스트 발생!

그림 도구를 구해오자.

x 화방을 방문하기

x 그림 도구를 구입하기

x 오스페스 광장으로 돌아오기

보상 : 풍경화 그리기 스킬

[ > 수락 ]


오스페스 광장을 벗어나, 지도에 표시된 지점을 따라 그림 도구를 구하러 간다. 아니, 그런데 이거 조금 무모하잖아? 화방이 어디 있담. 지도에도 표시가 안 되어 있고.

무작정 광장 주변의 가게들을 둘러본다. 그래도 가게마다 쇼윈도와 간판에 대강의 특징이 나타나서 힌트를 삼을 수 있다. 빵집에는 쇼윈도에 빵이 가득하고, 옷과 관련되어 보이는 곳에는 입간판에 실과 바늘이 그려져 있다.

그렇게 길을 걷다 보니 어느 가게 앞의 입간판에 팔레트와 붓 그림이 그려지 있는 것이 보인다. 그 앞에는 반짝이는 화살표도 떡하니 있어서 헷갈릴 일이 없다. 다가가니 스토리가 시작된다.


[엘레나]

여긴가?


[도로시]

으응, 으응! 틀림없어. 창문 너머로 붓이랑 물감이 엄청 많이 보이는걸?


그 말을 끝으로, 게임이 다시 플레이어블 모드로 전환된다.

도로시의 말대로 쇼윈도에도 화구들이 잔뜩이다.


> 진입


~ 브랜든의 아틀리에 ~


~ 거리의 화가 (33%) ~

그림 도구를 구해오자.

v 화방을 방문하기   COMPLETE!

x 그림 도구를 구입하기

x 오스페스 광장으로 돌아오기

보상 : 풍경화 그리기 스킬

[ > 확인 ]


[엘레나]

이름이 ‘화방’이 아니라 ‘아틀리에’인데. 여기서 그림 도구들을 파는 게 맞겠지? 지도에도 이렇게 반짝반짝 표시되어 있고…….


[제이크]

이상하긴 하네. 누군가의 아틀리에 치고는 그림보다 화구가 훨씬 많잖아? 물감이나 이런저런 도구들이 한 사람이 쓸 양이 아닌걸?


[도로시]

우와, 엘레나! 여기 좀 봐.


[엘레나]

응? 뭐가 있어?


[도로시]

이 코너는 물감이 엄~청 많아! 게다가 처음 보는 물감들도 많구.


[다니엘라]

우와, 이 물감은 반짝거려!


[도로시]

그러네?! 게다가 다니엘라 눈 색이랑 같은 파란색이야. 반짝이는 바닷물 같아!


[엘레나]

푸흡, 둘이 엄청 죽이 잘 맞네.


[제이크]

흐응, 유리병이라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도로시와 다니엘라가 한참 물감을 구경하는데, 갈색 머리를 한 중년의 남성이 다가온다.


[ ? ? ? ]

어서오세요, 손님. 반짝이는 종류의 물감을 찾으시나요?


[다니엘라]

앗! 아, 안녕하세요!

저기, 그러니까, 반짝이는 물감을 찾는 건 아니고, 그냥 너무 예뻐서요……. 헤헤.


[ ? ? ? ]

하하, 그렇죠? 정말 예쁜 물감이랍니다.

가격은 예쁘지 않지만 말이죠.


[다니엘라]

가격이, 얼만데요……?


남성은 가격을 물어보는 다니엘라에게 허리를 숙여 귓속말을 한다. 그러자 다니엘라가 깜짝 놀라며 물감이 든 유리병을 조심스레 제자리에 놓는다.


[ ? ? ? ]

보아하니 저희 가게에는 처음이시군요?


[다니엘라]

헤, 헤헷……. 맞아요.


[ ? ? ? / 브랜든]

반갑습니다, 제가 이 아틀리에의 주인 브랜든입니다.

이 쪽은 까다로운 장인과 공예가들을 위해 마련된 코너랍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만큼 제 값을 하는 녀석들이죠.


[도로시]

앗, 하지만 저희는 그렇게까지 비싼 걸 찾고 있진 않아요!

그냥 광장에 앉아서 그림이나 좀 그릴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헤헤.


[브랜든]

호오, 낭만적이시군요. 그래 맞아요, 오늘은 수채화를 그리기 딱 좋은 날씨지요.

수채화 코너로 안내해 드려도 될까요?


브랜든의 말을 끝으로, 게임이 다시 플레이어블 모드로 전환된다.

가게 주인 브랜든이 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잠시 멈추어선다. 따라오라는 소리인가?

다가가니 스토리가 전개된다.


[제이크]

휘우, 없는 게 없네?


스토리가 전개돼서 멈춰섰는데, 브랜든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거리가 좀 떨어지니 잠시 멈추어선다. 다가가니 다시 대사가 이어진다.

아, 이거, 브랜든을 따라가면서 얘기를 들어보라는 거구나? 가만히 서서 스토리만 읽으면 심심할 때도 있는데, 이렇게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들으니까 정말 누구랑 가게 내부를 둘러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멀리 떨어지지만 않으면 스토리는 계속 진행이 되니까 진행도 매끄럽다.


[브랜든]

그렇죠? 저희 아틀리에는 색색의 물감은 물론이고, 종이와 붓이며 필요한 모든 화구는 다 갖추고 있답니다.


[제이크]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가게 이름이 화방이 아니라 아틀리에인 이유가 따로 있나요?


[엘레나]

(제이크가 자연스럽게 존대를 하다니……. 어쩐지 어색하지만 도로시가 훈련시킨 보람은 있네.)


[브랜든]

음, 꿈이라고나 할까요?

원래 저는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먹고 살려면 그림보다는 화구를 팔아야 했으니, 앞선 주인으로부터 화방을 인수해서 장사를 했죠.


[엘레나]

저도 그게 궁금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그럼 시작은 화방이었지만, 중간에 아틀리에로 바꾸신 건가요?


[브랜든]

바꿨다기 보다는, 병행을 하고 있다는 게 더 적절하겠네요.


[제이크]

흐음, 그래도 완전히 아틀리에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브랜든]

하하, 이를테면 아주 야금야금 아틀리에로 만들어나가는 중이랍니다.


[도로시]

야금야금이요?


[브랜든]

사무실이었던 안쪽 공간에서부터 시작했거든요. 그 쪽은 이미 제 작업실이나 마찬가지랍니다. 한 번 구경시켜 드릴까요?


[도로시]

네! 궁금해요!


[브랜든]

이 쪽으로 오시죠.


[다니엘라]

우와, 벽에 걸린 그림들……. 다 직접 그리신 건가요?


[브랜든]

하하, 그렇답니다.

차곡차곡 그리다 보니, 벌써 벽면이 한가득이지요.


[엘레나]

정말 많네요. 게다가 작품들도 멋지고요.

이 정도면 아예 화가로 전향하셔도 될 것 같은데, 화방은 계속 하실 건가요?


[브랜든]

말씀하신 것처럼 언젠가는 전업 화가가 되는 게 꿈이긴 합니다. 지금은 화가로서의 벌이라든지 실력은 아직 변변찮아서, 아예 직업으로 삼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요.


[도로시]

그래도 이렇게나 잘 그리시는데……. 이 참에 아예 전업으로 한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으실 수 있지 않을까요?

도로시도 불의 마법이 너무 좋아서, 아예 불 속성에만 전념하다 보니 이제는 완전히 자신있게 되었거든요!


[브랜든]

저도 그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그런데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오히려 좀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되더군요.

뭐랄까, 화가로서의 나 자신에게는 “이제부터 내 생계를 모조리 책임지도록 해!” 하는 식으로 삶의 무게를 잔뜩 지우고 싶지 않달까요? 어린 새싹을 짓밟는 기분이 좀 들어서 말이죠, 하하.


[제이크]

으음 인ㄱ…… 아니, 삶에 주어진 시간은 굉장히 짧은데. 그 유한한 시간을 오로지 좋아하는 일에 쏟는 편이,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더 뜻깊지 않을까요.


[브랜든]

오, 아직 한창 나이인 청년 같은데, 벌써 그런 생각을 하시는군요? 물론 그 점에서는 저도 굉장히 공감하는 바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주신 선물 덕분이죠.


[다니엘라]

선물이요?


[브랜든]

아까 손님께서 푹 빠져 계셨던, 바로 그 반짝이는 물감 말입니다.


[엘레나]

아, 그 비싸 보이는…… 반짝이는 물감이요?


[브랜든]

네, 제가 손님보다도 한참 어렸을 때 바로 그 물감을 생일 선물로 받았지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아까 그 물감을 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옛날 이야기를 들려 드리죠.


스토리가 멈추고, 다니엘라가 물감을 구경했던 장소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뜬다.

다가가니 상호작용으로 물감을 가져올 수 있다.


> 물감을 집어든다


엘레나의 손에 물감 병이 들린다. 그대로 브랜든에게 다가간다.


> 물감을 건넨다


[엘레나]

여기 있어요.


[브랜든]

아, 감사합니다. 자 그럼, 이렇게 햇빛에 비춰 볼게요. 어떤가요?


[도로시]

우와! 아까보다도 더 반짝여요!


[다니엘라]

정말 예뻐요! 보석 같아요.


[제이크]

신기하네. 그냥 파란색만 있는 게 아니라, 보라색이라든지 노란색 같은 다른 색깔들도 얼핏얼핏 보이는 것 같고.


[브랜든]

손님께서는 색감이 좋으시군요? 맞습니다, 바로 그게 이 물감의 독특한 매력이죠. 북쪽 산악지대의 광산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마정석이 있는데, 그걸 가루로 빻아서 물감에 곱게 개면 이런 빛을 낸답니다.


[다니엘라]

흐익, 보석으로 만든 물감이었어요?! 어쩐지, 가격이 비싸더니…….


[브랜든]

하하, 그래도 반짝인다는 점을 빼면 마력 측면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마정석이니 다행이죠. 그렇지 않았으면 누가 그 비싼 마정석을 물감에 갈아 넣겠다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아무튼 저도 어렸을 때 이 물감을 보고 첫눈에 반해 버리게 되었더랬죠.


[엘레나]

그럼 그 때 선물로 물감을 받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신 건가요?


[브랜든]

아뇨, 이 물감은 그 어린 나이였던 제 눈에도 비싸 보였으니, 딱 한 번 열어서 구경한 다음에는 고이 간직해두고 정작 쓰지는 못했거든요. 언젠가 특별한 날에 써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말이죠.

그런데 성년이 되던 해에 문득 생각이 나서 뚜껑을 열어 봤더니, 글쎄 물감이 색은 바래 있고 단단히 굳어 버린 게 아니겠어요?


[다니엘라]

정말요?! 아까워라…….


[브랜든]

원래 이 물감은, 그림을 그리고 나서 특수 용액으로 한 겹을 덧칠해줘야 색이 온전히 유지되는 아주 까다로운 물감이랍니다. 그래야 마정석이 특유의 희미한 마력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에 은은한 빛을 오래도록 발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굳혀 버렸다니 무척 아쉬웠죠. 부모님께서 옛날에 선물로 사 주신 비싼 물감인데, 제 쓸모를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아쉽더군요.


[제이크]

그럼, 아까 그 물감 덕분에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건…….

좋아하는 일만큼은 이 예쁜 물감처럼 굳어버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가요?


[브랜든]

오오, 정확합니다!

사람의 염원과 감정이란 의외로 섬세해서, 한참을 그저 놔두고 있으면 쉬이 희미해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언젠가는 해야지’라며 미루고 또 미루다가는 원래의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깔을 잃어버린단 말이죠.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 겨우 들여다 봤을 때는 결국 빛 바랜 흔적만이 남을 뿐이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퍼뜩 들었더랍니다.


[엘레나]

아아, 그럼 아까 ‘야금야금’ 아틀리에로 만들어 나가고 있단 말씀이 그 뜻이었군요? 전업 화가가 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화방과 동시에 아틀리에를 운영한다는…….


[브랜든]

하하, 이름도 그래서 아틀리에로 지었답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아틀리에까지 소유하고 있으니, 누가 뭐래든 저는 지금 화가로서의 꿈을 이룬 거죠.

하루하루 사는 것도 마음이 편합니다. ‘내가 꿈을 이루지 못하고 평생 일만 하다 죽으면 어쩌나’ 싶은 불안 같은 건 저 멀리 달아나죠. 꿈은 벌써 이뤘고, 그걸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은 셈이니까요.


[도로시]

저어, 혹시 그 물감 있잖아요…….


[브랜든]

네에, 손님.


[도로시]

많이 비싼가요? 가격이…….


[브랜든]

흐음…….


가게 주인은 잠시 도로시의 표정을 살피고는, 주판을 튕겨서 도로시에게 보여준다.


[브랜든]

유리병의 사이즈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작은 병에 든 것은 이 정도로도 살 수 있답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을 텐데, 보아하니 손님께서는 기념품으로 사고 싶으신 거죠?


[도로시]

헤헷, 오빠한테 선물로 주려고요…….


[브랜든]

호오, 오라버니께서 좋은 여동생을 두셨군요? 자 여기, 특별히 예쁜 병으로 골라 드리지요.

다른 분들도 하나씩 사실 건가요?


[엘레나]

아뇨, 전 그냥 간단한 그림 도구면 될 것 같아요. 다니엘라랑 제이크는?


[제이크]

나도 그 정도면 되겠어.


[다니엘라]

으으, 정말 예쁘지만 눈으로만 담아야겠어. 어차피 사 놓고도 아까워서 못 쓰거나, 쓴다 해도 제대로 관리할 자신도 없구.


[브랜든]

하하, 그러시면 저 쪽에 입문용 화구들을 모아 둔 코너가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세요.

저는 방금 다른 손님이 오신 것 같아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도로시]

…….


[엘레나]

(왠지 쓸쓸한 표정이네.)


도로시가 손에 든 유리병을 만지작거린다. 그러나 이내 평소처럼 웃음을 띠고서 다른 일행들처럼 화방 곳곳을 구경한다.

캐릭터들이 각자 돌아다녀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미 플레이어블 모드다. 화방 곳곳의 진열대에는 코너별로 물품이 잘 정리되어 있다. 붓만 모아놓은 곳, 물감만 모아놓은 곳 등등. 각각의 코너에서는 ‘물감 진열대’ 등으로 상호작용도 가능한데, 버튼을 누르면 판매 물품들과 가격이 나열되어 있다. 규모가 꽤 큰 화방이라 구경하는 맛도 난다.

하지만 역시 이 게임이 원하는 것은 저쪽의 반짝이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코너다.


> 입문용 화구 코너


이 코너의 판매물품은 단 한 가지.


~ 초보자용 화구 세트 ~

기본적인 종이와 붓, 물감 등이 묶음으로 들어 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꽤 품질이 좋아 보이는 화구 세트.

> 산다

  그만둔다

[ 확인 ]


사야지, 뭐. 별 수 있나.

구매를 선택하자 퀘스트 창이 뜬다.


~ 거리의 화가 (66%) ~

그림 도구를 구해오자.

v 화방을 방문하기

v 그림 도구를 구입하기   COMPLETE!

x 오스페스 광장으로 돌아오기

보상 : 풍경화 그리기 스킬

[ 확인 ]


[엘레나]

이제 그림 도구도 마련했으니, 다시 오스페스 광장으로 갈까?


그러고는 엘레나 주위로 길드원들이 모여든다. 오스페스 광장으로 다함께 이동하라는 뜻이구나.

그나저나 그림이라. 내가 직접 그려야 하는 건가……?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Crystal de Passillé-Cha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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