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3신기
웹소설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빠짐없이 나타나는 코드가 있다. 흔히 웹소설 삼신기라 불리는 ‘회귀/빙의/환생’이다. 줄여서 회빙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회빙환은 웹소설 계의 강력한 치트키이면서 동시에 웹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소설을 시작하자마자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곧장 회귀, 빙의, 환생을 해버리니 회/빙/환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어리둥절해지기 마련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처음 웹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회빙환에 거부감이 있었다. 도대체 왜 보는 소설마다 죄다 주인공은 배신당하거나 억울하게 죽었다가 회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장르가 판타지니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지만, 다소 유치하고 뻔하게 느껴졌다.
회귀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여러 형태로 변주된다. 회귀할 때마다 회차를 붙여 ‘인생 n회차’와 같이 여러 차례 회귀하거나, 특정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무수한 회귀를 경험하는 루프물도 있다. 반대로 어떤 조건을 달성하면 회귀를 시켜주는 방식도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또 있었다. 가령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회귀했다고 상상해 보자. 어느 날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면 나는 어떨까? 아마 일단 패닉에 빠질 것 같다. 이 회귀가 진짠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정말 회귀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회귀를 받아들이기까지 몇 달은 걸릴 것이다.
그런데 웹소설 속 주인공은 대부분 이런 고민이 없다. 아니! 내가 회귀를 했네? 오케이! 이번에는 다르게 살겠어. 길어야 몇 줄로 금방 상황을 받아들이고 곧바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회귀도 회귀지만, 나는 이 부분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2019년 1년 동안 제대로 된 웹소설을 쓰겠다고 원고를 쓰고, 고치고, 버리기만 반복하다가, 2020년 <NBA 만렙 가드>를 쓸 때 비로소 회귀를 받아들이고(?) 비로소 웹소설 다운 웹소설을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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