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의 삶은 평행일까, 교차일까

Chapter 3. 일과 가정, 사이에서

by 문장담당자

"아내와 나의 삶은 평행일까, 교차일까 - 부부의 시간, 동반자의 거리"


우리는 나란히 걸어왔다.
대학생 때 만나,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까지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함께 해왔다.
그 모든 순간을 함께 지나왔지만, 어느 날 문득,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도 나란히 걷고 있는 걸까?’

아내는 일을 쉬고 있는 중이다.
나는 회사에 다닌다.
그녀의 하루는 아이와 시작되고, 나의 하루는 출근길 차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아이의 하루를 기록하고, 나는 회의록과 보고서를 작성한다.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감정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종종 말이 없었다.
하루 종일 말을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다.
아이가 옹알이도 못할 무렵에는 대화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침묵이 낯설고 때론 서운했지만, 지금은 그 침묵 안에 쌓인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말보다 더 많이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다.

육아는 그 시간의 연속이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아내는 누구에게도 평가받지 않지만, 누구보다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다.

반면 나는 회사에서 ‘성과’를 말한다.
회의에서 인정받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박수도 받는다.
그 박수 뒤에서 문득 생각한다.
“집에 있는 누군가는, 박수도 없이 하루를 끝냈겠구나.”


같은 공간에 살아도 서로의 삶은 평행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평행선은 겹치지 않고, 멀어지지도 않지만, 한참을 가도 만나지 않을 것 같은 거리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바빠졌을까.
어느 순간부터 ‘잘 지냈어?’라는 말이 인사치레처럼 느껴졌고, 서로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눈을 감는 밤이 많아졌다.

나는 그런 밤이 슬펐다.
하지만 더 슬펐던 건 그 슬픔을 말로 꺼내지 못한 나 자신이었다.

그건 어떤 ‘배려’가 아니라 내 감정을 감추는 방식이었고,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의 하루를 묻는 질문을 한 번 더 하려고 한다.
“오늘은 어땠어?”
그 질문이 대단한 대화의 시작이 되진 않더라도, 그 말이 적어도 ‘나는 너의 하루가 궁금하다’는 마음은 전할 수 있으니까.


주말이면 우리는 종종 마트에 간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번갈아 끌며 우유와 기저귀, 식재료를 고른다.
그 짧은 외출이 어쩌면 우리가 평행선을 교차시키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장바구니를 밀고, 한 사람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고, 그 순간엔 우리가 ‘같이’ 살고 있다는 감각이 돌아온다.

동반자라는 건 같은 속도로 걷는다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는 조금 느리고, 누군가는 먼저 걷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거리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아내와 나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 길의 끝은 언제나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아이를 키우며, 서로를 지켜보며, 때로는 말없이 걷다가도 마음이 닿는 순간에 다시 눈을 마주친다.

나는 여전히 출근을 하고 아내는 여전히 육아를 한다.
서로의 하루는 다르지만, 그 다름 속에서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


가끔 아내는 내게 묻는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그 말에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지금처럼만 해줘도, 우리에게는 충분해.”
그 말은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다.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 애씀은 하루하루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평행처럼 보여도,
우리의 마음은 매일 조용히 교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