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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May 16. 2024

K - 장춘기

장녀의 철없는 사춘기 일기

난 그 어느 딸보다 사랑을 받고 자랐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K 장녀들은 왜 부모에게 더 잘해야 하는 죄책감에 사로 잡혀 있을까? 가정에 보탬이 되어야 함은 물론, 사랑을 받고 자랐음을 알지만 부모에게 왜 더 서운한게 많을까? 밖에 나가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중에서 장녀는 장녀를 어떻게 알아볼까? 많은 물음 속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많이 자책하고, 불안했다. 내 바램대로 가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된 뒤 부터  더 불안해졌던것 같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를 대표 하는 음식이나 음악, 그리고 문화 등등 단어 앞에 K 라는 단어를 많이 붙인다. K푸드, K뷰티, Kpop 등 다양한 K가붙지만 장녀에도 K를 붙였다. 


나는 1983년도에 태어난 장녀 였다. 장녀는 살림 밑천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이 코리안 장녀이다. 장녀는 부모를 대신 해야 했다. 세대가 바껴서 80년대 태어난 장녀들은 대학까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편안하지 않았다. 대학은 선택 사항이었지만, 대학등록금까지 바랄 수 없었다. 수십년이 지난 일이지만, 자신의 뜻대로 진로를 선택 하지 못했던 나에게 화가 나고 후회스러웠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다른 학교 항공과 였다. 하지만 야간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다른 학교 영문학과를 들어 가야 했다. 영문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항공과를 못들어간 부분에 대한 다른 선택지였다. 부모님이 학비를 대 줄 수 없는 형편 이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돈을 벌면서 다닐 수 있는 대학을 다녀야 했다. 꼭 학비가 이유는 아니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동생은 나와 3살 터울이 났는데 대학까지는 아니지만, 가정에 조금은 보탬이 되고 싶어서 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강요하진 않았지만 내가 살아온 가정환경과 집안 분위기는 암묵적인 강요 였다. 야간 대학이었기 때문에 대학교 학생의 평균연령이 높았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볼 수 없었다. 일을 하다가 대학이 필요 하거나,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대학을 다니는 분들이 대부분이 었다. 난 다른 이유 였지만, 그들과 함께 수업을 했다. 아침 일찍 일어 나서 일을 하러 가고 오후에 마쳐서 대학을 갔다. 핑계일지 모르지만 대학생활이 즐겁지 않았다. 신입생환영회나 MT, 동아리 활동은 야간 대학에서는 없기도 했지만, 일을 했기 때문에 꿈도 꾸지 못했다. 내가 꿈꿔 왔던 신입생 생활을 내 뜻같지 않았다. 점점 시간이 지나 대학생활보다는 일이 우선이 됐다. 마지 못해서 선택 했던 대학교였고, 선택한 과였어서 그랬을까?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재미 없었다. 당연히 일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늦게 마치는 날이면 대학 출석을 하지 못했다. 출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적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글을 읽는 이들에겐 이 모든 일들이 일을 다니면서 대학을 다닌다고 유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편으론 내 청춘을 이런식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20대 시절 10년 이라는 시간을 한번도 쉬지 않고 일했다. 대학을 다니는 큰 의미가 없었다. 졸업을 하긴 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꾸준히 일을 하고 있었고, 졸업을 하고 취업란에 걱정하는 주변 친구들을 이해 하지 못했다. 아주 번듯한 직업은 아니였지만, 난 계속 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 했지만, 대학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없었다. 대학의 기억보다는 어떤 일을 했고, 그일을 하면서 나는 기억들이 더 컸다. 누가 읽으면, 철없는 이의 일기정도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다. 뒤돌아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일을 난 40년이란 인생동안 그 속에 성장하지 못한채 웅크리고 살았다. 철없는 이의 넋두리를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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