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낼만한 그릇

by 서부 글쓰기모임

택배가 도착했다. 사전문자도 없었고 어떠한 전화도 받지 못한 상태여서 당황스러웠다. 어떤 이들은 택배 받는 일이 쏠쏠하다고 하는데 나에겐 당혹 그 자체다. 일단 움직이기 불편한 이유가 가장 크다. 작으면 상관없는데 크기가 크면 감당하기에 벅차다. 또 하나는 방해 받기 싫다. 운동을 하고 있든 일을 하고 있든 기도를 하고 있든지 간에 중단하고 싶지 않다.


잘못 배달된 택배였다. 벌써 두 번째다. 일단 주소지는 맞긴 한데 내것이 아니기에 개봉을 미루기로 했다. 내 것이 아닌 줄 알면서 내 것인 양 다루는 것은 주인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수소문하는 수고를 하긴 했지만 물건을 찾은 주인의 밝은 얼굴에서 이미 그것은 사라지고 만다.


모든 일은 그 사람이 견디어 낼만한 그릇에 주어진다. 모자라서 깨지거나 넘쳐서 낭비되기를 신 또한 원하시진 않지 않을까.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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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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