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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Nov 25. 2023

멈출 수 있을 때는 그러기 싫고

영화 <캔디>

영화 : 캔디(2006)
"멈출 수 있을 때는 그러기 싫고,
멈추고 싶을 때는 멈출 수가 없어.
인생의 수수께끼야."


소주를 마실 때 꼭 그렇다. 만취하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술잔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그러기가 싫다. 그날따라 술이 달아서, 특별한 날이라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다들 먹는데 혼자서 몸 사리기가 뭐 해서… 여러 이유로 털어 넣는다.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잔뜩 취해버린 나머지 절제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소주의 쓴 맛이 느껴지지 않고, 몸은 나른하고, 관성으로 술을 마시게 된다.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우리 모두 다같이 건배!


그러나 요란한 밤은 영원하지 않다. 아침이 오면 후회는 이미 늦었다. 업보를 온몸으로 갚느라 머리와 쓰린 속을 부여 잡는다. 숙취는 언제나 술자리보다 길다.


영화 <캔디>에서 댄(히스 레저)과 캔디(애비 코니시)는 마약에 중독된 커플이다. 환각제를 제조해서 파는 화학교수 캐스퍼(제프리 러쉬)는 그들의 은인인데, 위급한 시기마다 비빌 언덕이 되어 준다. 마약도 주고, 용돈도 주고 그러면서 별달리 잔소리를 하지도 않는다.


위의 대사는 영화에서 댄과 캔디가 아직 파국으로 치닫기 전, 처음으로 캐스퍼를 찾아갈 때 그가 아무 조건 없이 50달러를 빌려주면서 하는 말이다. "멈출 수 있을 때는 그러기 싫고, 멈추고 싶을 때는 멈출 수가 없어. 인생의 수수께끼야."


한 사람을 파멸하게 만드는 행동은 교통사고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크든 작든, 그 일에는 보통 순서가 있다. 욕심으로 시작해서 만족할 줄 모르다가 일이 터진다. 얼마든지 그 비극에서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때 멈추지를 못한다. 내 힘으로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가서야 그 모든 걸 되돌리려고 발버둥친다. 그게 맘처럼 될 리 없고, 남는 건 늘 후회와 자책이다.


대출을 잔뜩 끌어다 쓰는 투자가 그렇고, 바람 피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 때가 그렇고, 마약이든 술이든 무엇인가에 중독될 때가 그렇고, 직장에서 저지른 잘못을 제때 고백하지 못할 때가 그렇다. 처음에는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모든 일들이, 멈추고 싶을 때는 내 손을 떠나 있다.


욕심이 앞서 안하던 짓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불현듯 심장이 뜨끔한다. 그때마다 이 대사를 떠올린다. 이 대사를 곱씹으면서도 실수한다. 후회한다. 캐스퍼 아저씨는 그래서 그렇게 말했을까.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수수께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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