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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당 개 n년 차 Jan 21. 2024

감성을 일으키는 것들

#6. 시간제 근로(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어난 감성

#5의 천장화는 성당이 아니라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르사유 궁전에서도 크고 멋진 것들을 많이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감성을 일으킨 것이 없었다.(천창화뿐이었다.) 사진을 보다시피 주 멋진 야경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파리에서의 첫날, 지하철 역에서 나와 작은 개선문을 보고 놀랐는데, (내 기준에 절대 작지 않았다.) 우리가 보러 갈 진짜 개선문은 따로 있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바로 숙소에서 나왔다. 진짜 개선문을 처음보고 정말 몇 초 동안 아무 말을 못 했다. 개선문의 둘레를 빙 둘러 감상하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한참을 보던 중, 친구가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말에 당장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중간부터 계단을 통해 올라갔지만 워낙 높고 마지막 나선형 계산이 너무 좁고 한 계단, 한 계단이 높아 마지막엔 숨이 조금 차올랐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눈에 들어온 야경은 내가 찍은 사진에도 그 감동이 다 담기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내가 사진을 못 찍는 것도 있다.)


친구들과도 한참 사진을 찍다가 문득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파리의 풍경을 보고 혼자 질문을 던졌다. "왜 감동이 오는 걸까?", 지금까지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국내의 여러 풍경들을 봐 왔는데(광주의 무등산, 서울의 남산에서 내려다본 풍경에선 못 느꼈다.) 단지, "해외여행 중이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일까?"라는 질문을 이어서 던졌다. 혼자 내린 결론, 일어난 감성은 '속도의 차이'였다. '대한민국'을 외국인에게 물어보면 요즘에야 여러 팝아티스트를 대답하겠지만, 사회에 대한 얘기를 물어보면 어김없이 '빨리빨리'가 나올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대한민국은 전쟁 직후, 어느 아시아의 국가보다 힘들었지만, 현재 어느 아시아의 국가보다 세계의 정상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주장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러한 '빨리빨리'가 트렌드에 아주 민감한 IT, 공학기술에 대한 강점을 갖게 했지만, 감동을 주는 도시의 풍경을 갖게 하기엔 다소 힘들어 보인다. 마치 지평선이 보이는 듯한 낮고 일정한 건물들과 자로 잰 듯 개선문을 기준으로 뻗어나가는 아름다운 도로들은 오랫동안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힘들었던 나라를 위해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 노력해 온 것이 필연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온고지신'이라 하여, 말 그대로 '빨리빨리'가 필요한 곳엔 여전히 채용하며, '빨리빨리' 기반을 구축한 이후, '수렴'을 통해 그 기반을 계속 다져주는 노력이 필요한 곳엔 그에 맞는 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예를 들면 R&D분야, 대한민국이 이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라는 말을 듣지 말아야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원천연구,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멋진 회사를 만들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빨리빨리'와 '수렴'의 적절한 채용, '온고지신'을 자주 마음에 새기고 있다.




군대 전역하고 내 20대의 많은 감성을 일으킨 유럽여행을 위해 시간제 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실 내 첫 아르바이트는 스무 살 여름에 과선배 친척분의 고물상에서였다. 돌이켜보면 이때의 경험도 나에게 많은 감성을 일으켰다.) 7개월 전의 비행기표를 끊고 친구들과 의지를 불태웠다. 당시의 최저시급을 훨씬 웃도는 평일저녁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당시 학생으로서의 본분이 먼저였기 때문에 오전-오후 영어공부와 전공공부로 복학준비를 하고 저녁에 짧게 아르바이트를 해서(주독경이었다.) 벌이가 좋지 못했다. 문에 주말 간 길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복학 전 3개월은 평일, 주말 모두 를 활용했고 복학 후엔 주말 아르바이트만 이어서 했다.(주경평독이다.) 그래서 전역 후 약 6개월은 정말 공부, 아르바이트에만 전념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다만, 그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잠깐잠깐 들었던 생각들, 감성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당시의 최저시급을 생각하면 짜장면을 좋아했던 나는(군대에서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내 1시간의 노동을 짜장면 한 그릇에 비유하곤 했다. 짜장면에도 비유하고, 커피 잔에도 비유하고, 교통비, 내가 좋아했던 옷을 사는 비용 등 여러 곳에 비유할수록 돈을 쓰는 데 한 동안 인색해졌던 것 같다.(더욱이 유럽여행이라는 목표가 있어 그랬던 것 같다.) 당연하지만, 노동, 노력 등이 재화로 치환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을 때, 진지한 감성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다. 부모님과 웃어른들이 베풂을 통해 '대가 없는 내리사랑'을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 연인의 베풂을 통해 '우정과 사랑'을 또 모든 다른 베풂, 지불에 대해 그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게 했다. 정치, 사업, 범죄 등 이유는 매우 다양했다. 모든 것들이 'Give and Take'로 단순화되고 신기했다.


단순한 구조들의 '이유(Take)'들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그럴수록 '선의, 봉사'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선의나 봉사의 이유를 보았을 때, 지켜보기만 한 나도 함께 기분이 좋아졌고, 어디선가 그 이유를 추구한 사람도 매우 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읽었다. 나는 '순자'의 '성악설'을 믿고, "사람은 본디 악하며, (인(仁)을 자연적으로 쫒지 않으며) 선은 노력에 의해 형성된다.(예의를 밝히고, 법도를 따른다.)"라는 주장을 지지하지만 가끔은 '선의, 봉사'의 이유로 '행복'을 추구하는 모순(?)에 의아했으나 이 또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연적인 모습으로 끼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동과 가치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감성을 적었는데, 과거를 떠올려 보면 '노동(Work)' 그 자체에서 일어난 감성도 꽤 많았던 것 같다. 고물상(자원개발기업), 여러 가게의 웨이터, 국내 대기업의 인사팀에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어난 감성들도 잘 정리해서 가져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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