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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록이 근육을 만든다

by 서가앤필

운동은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 부동산 투자도 살짝, 주식 투자도 살짝 해 보았지만 운동만큼 투자수익률이 큰 투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 운동의 투자수익률을 더 높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 생각엔 기록을 하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


난 PT를 시작하면서 운동 기록을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 알아듣지 못해 복습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기록했다. 100회 수업내용까지 꽉 채운 후 인스타로 넘어갔다. 계획적으로 그랬다기 보다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블로그는 글 중심이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리마인드하면서 정리하기 좋았고, 인스타는 변해가는 몸을 남겨놓기에 딱이었다. 수업을 100회 정도 받고 보니 몸에 있는 살들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고 변화가는 몸을 사진으로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는 사진이 근육을 만든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운동을 기록하면 좋은 이유에 대해 몇가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선명해진다. 우선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선명해졌다. 트레이너 쌤이 알려주는 동작의 효과를 알아들은 것 같지만 막상 기록하려고 하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유튜브를 찾아보며 동작을 다시 확인하고 효과를 다시 정리해두었더니 머리가 점점 선명해졌다. 그 시간들과 더불어 근육도 점점 선명해졌다.


둘째, 몸과 마음이 달라진다. 운동이 주는 최상의 보상은 내 몸의 변화다. 배가 나오고 뱃살이 접힐 때는 일부러 거울을 자주 보지 않았다. 별로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군살이 사라지고 몸이 탄탄해지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자주 남겼다.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내 몸이 좋아졌다고 자랑하고 다닐 것도 아니었지만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만족감, 오늘도 해 냈다는 자신감, 몸의 변화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벅찬 감동 덕분에 몸 이상으로 마음이 달라졌다.


셋째, 탁월해진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이는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라고 니체가 말했다. 운동 기록 습관은 그 누구도 필요치 않게 만들어줬다. 경쟁자가 없어진다. 아니 경쟁자가 없어진 기분이 든다. 인스타에 등근육을 매일 기록하다 보면 중요한건 어제의 등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것 뿐. 그 누구의 삶도 궁금해지지 않는다. 등근육도 한땀한땀 만드는판에 도대체 세상에 못 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넷째, 관계가 정리된다. #오운완 #오늘의운동인증 #헬스하는직장인 이라는 태그로 인스타에 운동을 기록하다보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만 모인다. 관계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화들짝 놀라 도망간다. 당장 멀어지지 않더라도 서서히 정리된다. 운동을 현재 하고 있거나 언젠가는 하고 싶은데 아직은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만 곁에 남는다. 운동 기록만 했을 뿐인데 관계가 재정립되었다.


블로그, 인스타에 운동 과정을 남기지 않고 그냥 운동만 했다면 4년째 웨이트 운동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글쎄. 근력 운동은 소위 외롭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말도 있다. 운동 과정을 글로 풀고 사진으로 기록하고 영상으로 남기면 외롭지 않고 재밌게 갈 수 있다. 근육은 덤이다. 결국 운동 기록이 근육을 만든다.


*관련책 - 기록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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