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쉼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미래엔 잘 쉬는 사람이 능력자로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6.25 전쟁 이후 태어난 나의 부모님은 부지런히 일해야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 개인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고 사회도 부지런함을 요구했을 것이다. 20대 때 만난 부모님은 아들, 딸, 아들 삼 남매를 낳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
아빠는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다 정년퇴직을 했고 엄마는 평생 가정주부였다. 엄마가 이 글을 본다면 자신이 평생 가정주부였다는 문장을 좋아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엄마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기 때문에 우리 삼 남매가 이렇게 단단하게 클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평생 가정주부였던 자신의 과거를 너무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정주부라는 단어 안에는 감히 다 담지도 못할 수많은 노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앞의 글들에서 표현했다시피 부모님은 자신만의 운동 종목이 있었다. 엄마에게는 탁구, 수영, 요가가 있었고 아빠에겐 테니스라는 인생 종목이 있었다. 이 운동들은 엄마 아빠가 각자 직접 선택하고 누린 운동들이니 엄마 아빠에게는 쉼의 시간이었을까?
문득 초등학생이던 우리 삼 남매를 집에 두고 에어로빅을 다녀오겠다며 나가던 엄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신나 보이면서도 살짝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도피성의 느낌이 나 씁쓸해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2.
잘 쉬는 것이란 뭘까?
잘 쉰다는 것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나만의 판별법이 있다. 누군가가 주말을 잘 쉬고 왔다고 치자. 진짜 잘 쉬고 온 사람은 활기찬 월요일을 맞이한다. 하지만 잘 쉬지 못한 사람은 월요일 아침부터 피곤하다, 힘들다는 말을 남발하며 사무실 공기마저 우울하게 만든다.
잘 쉰다는 것의 의미를 구별하는 나만의 판별법은 쉬고 온 사람의 태도를 보는 것이다. 기분 좋은 쉼을 하고 온 사람은 주변을 편안하게 만든다. 반면 몸은 쉬었지만 마음은 쉬지 못했거나 몸도 마음도 진정한 휴식이 아닌 누워있기에만 집중한 주말을 보내고 온 사람은 월요일이 개운할리 없다.
잘 쉬려면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누워있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지만 매주 주말 누워있기만 하다 출근하는 사람은 자신을 아직 잘 모르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지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것이다.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한 발자국만 떼어 새로운 경험을 해 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주중에 네이버로 동네 헬스장 3곳을 예약해 두고 주말에 차례차례 한 곳 씩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3.
자신을 돌보는 재생의 시간
나는 나의 갱년기가 궁금하다. 50살 정도를 갱년기라고 한다는데, 몇 년 남지 않았다. 어떤 몸과 마음의 변화가 올지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특히 50대 여성의 몸 변화가 궁금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라는 제목이었다.
우리나라에 갱년기를 소재로 하는 책이 많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째서 우리는 여성의 갱년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마침 나보다 몇 살 많은 언니들 3명이 합작으로 글을 써서 만들어낸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갱년기를 '자신을 돌보는 재생의 시간'이라고 명명했다. 자신을 돌보는 재생의 시간이라니... 참 맘에 드는 해석이었다. 아프면 아픈 데로 마주해 보고, 슬프면 슬픈 대로 솔직해져 보면서 이런 시간이 온 이유를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3명의 작가 또한 여성의 갱년기라는 시기를 무방비로 당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하고, 경년기 자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조금은 인생의 고삐를 풀거나 혹은 쥐거나 하는 주도적인 전환기가 될 수 있음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너무나 공감되었다. 생물학적 증상은 예전 갱년기나 요즘 갱년기나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개인적 인식만 달라진다면 각자의 삶에서 대처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갱년기를 잘 보내는 것이 인생에서 잘 쉬어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4.
몸의 변화로 삶의 태도가 변하는 시간
나의 MBTI 유형은 10년마다 변했다. 20대에는 ESTJ였고, 30대에는 ISTJ였고, 40대인 지금은 ISTP다. 기질은 원래 변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는 이론과는 다르게 나는 나의 결과를 이렇게 해석한다. 아마도 사회생활과 경험이 축적되며 점점 더 나다워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MBTI 유형이 생애주기별로 점점 더 나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듯 몸의 변화 또한 점점 더 나다워지게 만들었다. 나다워지는 과정은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몸의 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무엇으로 바쁜지도 모른 채, 몸을 잊은 채로 계속 직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5년 전, 허리를 삐끗해 근력 운동을 시작한 덕분에 갱년기도 무던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담대한 마음이 든다. 그날 허리 삐끗한 순간이 인생 기회였나 보다.
* 관련 책 -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