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104(D+345)
"근시를 가진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간 도수 높은 안경을 주면 낫는 경우가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 -
니체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근시를 가진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간 도수 높은 안경을 주면 낫는 경우가 있다." 언뜻 냉소적으로 들리지만, 곱씹을수록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사랑은 멀리 보지 못하기에 시작할 수 있고, 때로는 조금 더 멀리 보는 것으로 깨어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얼마나 자주 "완벽한 시작"을 꿈꾸며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가.
"영어 공부를 하려면 최소 2시간씩은 해야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식단 관리도 완벽하게 해야 해"
"글을 쓰려면 좋은 주제와 완벽한 구성이 있어야지"
그렇게 우리는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너무 먼 곳, 너무 높은 곳만 바라보면 눈앞의 첫걸음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만 바라보는 등산객은 발밑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345일 전, 나는 "오늘 10분만 써보자"라고 결심했다.
"매일 3000자씩 쓰기" 같은 거창한 목표는 일단 접어두었다. 그저 오늘, 노트를 펼치고 펜을 잡는 것. 명언 하나를 옮겨 적고, 짧은 생각 한 줄을 덧붙이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신기하게도 10분은 15분이 되었고, 하루는 일주일이 되었고, 어느새 345일이 흘렀다. 완벽한 글이 아니라 불완전한 문장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가까운 목표가 주는 작은 성취감이 나를 계속 쓰게 만들었다. 345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니체가 말한 "도수 높은 안경"은 맥락을 무시한 맹목적 열정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 시작할 때는 근시가 되어라. 눈앞의 작은 한 걸음에 집중하라. 오늘 할 수 있는 것,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것. 지속할 때는 가끔 원시가 되어라.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이 과정이 의미 있는지 멀리서 바라보라. 근시와 원시를 번갈아가며 보는 것. 그것이 완주의 비결이다.
사랑도, 우정도, 가족도 마찬가지다.
"평생 함께할 수 있을까?"
"이 사람이 정말 내 운명일까?"
"우리가 백년해로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게 만든다.
오늘 이 사람과 잘 지내기.
지금 이 대화에 집중하기.
이번 주말을 함께 즐겁게 보내기.
가까운 것에 집중할 때, 먼 미래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말했다.
"1%씩 개선하면 1년 후에는 37배 나아진다."
니체의 근시적 사랑과 같은 맥락이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아주 작은 시작. 불완전해도 괜찮은 첫걸음.
소설을 쓰고 싶다면, 오늘 한 문장만 써라.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오늘 스쿼트 5개만 해라.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면, 오늘 단어 3개만 외워라.
완벽한 끝을 그리다 시작을 잃지 말고,
불완전한 시작으로 완성을 향해 가라.
결국 니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시작하라.
너무 멀리 보지 말고, 완벽을 추구하지 말고, 그저 시작하라.
눈앞의 작은 것에 집중하라.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 불완전해도 괜찮다. 서툴러도 괜찮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먼 곳만 바라보면 첫걸음조차 뗄 수 없다.
가까운 곳을 보라.
그리고 한 걸음 내딛어라.
그 한 걸음이 모여 길이 되고, 그 길이 당신을 꿈꾸던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먼 곳을 바라보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당신의 근시적 사랑은 무엇인가요?
오늘,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