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by 서강


<가을 저녁>


서강(書江)


석양이 물드는 시간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

골목 저편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목소리가

저녁 공기에 번져갈 때


나는 골목길 끝에서

한참을 더 놀다가


"응, 지금 갈게" 대답하며

돌을 한 번 더 차고


한 번 더 술래를 피하고

한 번 더 웃다가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면

그제야 뛰어가던


그 저녁들


지금 나는 서 있다

가을 저녁의 한복판에


어디선가 밥 짓는 냄새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더 이상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굴뚝 연기만

하늘 높이 올라가


보랏빛 노을 속으로

사라질 때


그리움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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