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書江)
석양이 물드는 시간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
골목 저편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목소리가
저녁 공기에 번져갈 때
나는 골목길 끝에서
한참을 더 놀다가
"응, 지금 갈게" 대답하며
돌을 한 번 더 차고
한 번 더 술래를 피하고
한 번 더 웃다가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면
그제야 뛰어가던
그 저녁들
지금 나는 서 있다
가을 저녁의 한복판에
어디선가 밥 짓는 냄새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더 이상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굴뚝 연기만
하늘 높이 올라가
보랏빛 노을 속으로
사라질 때
그리움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