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온 계절

by 서강

소리로 온 계절


서강


오늘 아침, 나는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발걸음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

세상과 첫 인사를 나누며 길에 나섰다.


바람이 내 뺨을 어루만지고 간다.

그 손끝에서 가을이 피어난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것은

여름이 남기고 간 마지막 인사.


들판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치의 바이올린,

메뚜기의 첼로,

귀뚜라미의 작은 팀파니—

자연이 연주하는 계절의 교향곡.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여름 내내 목 놓아 울던

매미들의 합창이 사라진 걸.

언제 그쳤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무대를 내려준 것이다.


아, 계절은 달력이 아니라

소리로 먼저 찾아오는구나.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작별과 만남의 멜로디로.


햇살은 여전히 나를 감쌌지만

어제의 그것과는 달랐다.

작열하던 여름의 열정이

이제는 따스한 위로가 되어

내 어깨 위에 포근히 내려앉았다.


나는 그 온기 속에서

살아 있다는 기적을 느꼈다.

새로 쓰려는 운명의 첫 줄을

발걸음으로 써내려가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오늘을 걸어간다.


변화는 이렇게 온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바람 소리 하나,

벌레 울음 하나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도 그렇게 변해가리라.

매미에서 귀뚜라미로,

여름에서 가을로,

어제의 나에서 오늘의 나로.


소리로 온 계절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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