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하고 싶은 사람

by 서강


피하고 싶은 전화벨 소리


고요를 가르며 울리는 전화벨 소리, 스마트폰 화면에 떠는 이름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마치 차가운 겨울비처럼 내 마음을 적시는 불편한 진동, 받을까? 말까? 검지손가락은 망설임 속에 멈춰 선다.


요즘 들어 더욱 선명해진 진실이 있다. 친구의 전화는 언제나 무언가를 원할 때만 울린다. 추운 겨울 호주머니 속 손난로처럼 따스한 안부는 없이, 늘 자신의 필요만을 채우려는 차가운 속삭임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자리매김을 한다.



전화를 받는 순간,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마치 늦은 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을 맞이하듯, 거절해야 할지 마지못해 수락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상대방이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일방통행 같은 이 관계가, 어느새 무거운 짐이 되어 내 마음을 흔든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있진 않을까? 과연 진심 어린 마음으로 친구들의 안부를 물었던가? 아니면 나 역시 필요한 순간에만 그들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완벽하게 목적 없는 연락이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진정성과 따스한 관심이 녹아있다면, 어떤 연락도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소중한 다리가 될 수 있다. 필요와 필요를 교환하는 차가운 거래가 아닌, 서로의 일상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마음의 손길로,



시간을 내어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일상이 궁금해서. 어떤 목적도 없이, 웃음소리가 그리워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희극의 한 장면으로 즐기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