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와 섞이고 싶지 않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사람을 평가한다. 나는 나를 처음부터 잘 드러내지 않다 보니 자기 마음대로 평가한 것이다. 그 사람 자체가 아닌 권위나 직위, 직업군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다름을 느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자기들에게는 잘해주니 그걸 모른다. 참 다행이다. 이렇게 분별할 수 있는 영안이 있어서. 이 모든 것들이 그동안 무수한 사람들에게 혹독하게 당한 수업료가 아닐까,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철저하게 계산적이라는 점이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에겐 친절과 공손함을 아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이에겐 무례함과 냉담함으로 일관한다. 그들의 눈에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향한 무례함은 몸에 배어있다.
김종원 작가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에 존중은 존중할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존중은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다. 함부로 누구에게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존중하지 않으면 된다.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말이 큰 위로로 다가온다.
무례한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답을 찾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모든 이에게 내 존중을 나눠주지 않기로 했다. 존중은 값싼 인사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가장 귀중한 화폐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이에게 내 존중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에 꽃잎을 뿌리는 것과 같다.
수많은 상처와 배신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지혜다. 마음의 경계선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것은 비열함이나 복수가 아닌, 자기 보호의 지혜다. 내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치사한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상대에게서 얻을 것이 있다는 것이 포착되는 순간 친밀감을 나타낸다. 이유 없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무조건 경계하기로 또다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