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는?
매일 아침 펜을 들고 글자를 옮겨 적는 필사 시간에 시기와 질투의 근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글자 하나하나가 모여 문장이 되고, 그 문장들이 내 안의 어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타인의 성공 앞에서 느끼던 편하지 않던 감정의 정체, 바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이다.
처음엔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필사, 그저 다른 사람의 글을 베껴 쓰는 단순한 행위가 내 영혼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옮겨 적는 과정에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질투의 씨앗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 격언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누군가의 성공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그 감각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마치 그것이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인 양, 제대로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하지만 필사의 두께가 겹겹이 쌓여갈수록 내 생각의 오류가 고개를 든다. 사촌이 논을 사기까지 흘린 땀과 눈물은 보려고 하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푸른 물결 출렁이는 넓은 논뿐이다. 결과만 바라보며 질투하는 시선, 그것이 문제다. 누군가 성공의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 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못한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만다.
잠들기 전 베개를 적시던 눈물, 실패의 쓴맛을 씹으며 다시 일어서던 순간들, 그리고 주변의 냉소적인 시선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우리는 그 과정은 보지 않고 화려한 성공만 바라보며 시기의 감정에 휩싸인다.
인간의 한계는 무한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무한함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만 그 문이 열린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결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달리는 도중 숨이 턱에 차올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의 지점에서 멈춰버린다. 안락한 현실에 안주하며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후에 남는 것은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기와 질투뿐이다.
매일 아침 필사의 시간은 내 안의 거울이다. 타인의 문장을 옮겨 적으며 내 안에 깃든 더러운 감정들을 하나씩 걷어낸다. 글자를 적어 내려가는 단순한 행위가 내면의 풍경을 바꿔놓는 마법 같은 순간들. 시간이 흐르면서 무언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먹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이 드러나듯, 이제는 가까운 지인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다. 그들의 성공 뒤에 가려진 수많은 노력과 실패의 순간들을 볼 수 있는 높은 시선이 생겼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 결과를 누리는 것임을 이제는 안다.
필사를 통해 변화하는 내 정신세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 그저 감사함이 넘친다. 타인의 성공이 내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데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이제야 알게 된 사실, 성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며,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극복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우리 안의 시기와 질투라는 것을,
매일 한 문장씩, 내 안의 어둠을 밝히는 빛을 발견해 나간다. 필사는 단순한 글쓰기 연습이 아닌, 나의 모습을 선명하게 비추는 맑은 거울이다. 타인의 성공을 바라보는 마음이 깨끗해질수록 내 삶의 풍경도 맑아진다.
p.s : 아침 7시 부산큰솔나비 독서 모임 참석하느라 오늘은 조금 늦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