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書江)’으로 거듭나다.
‘서강(書江)’으로 거듭나다.
창문 너머, 강이 흐른다. 하루도 빠짐없이, 제 갈 길을 묵묵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그 물결은 쉼 없이 나아간다. 그 흐름을 따라 강물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이, 한 문장처럼 가슴에 스며든다.
책상 위에는 필사노트와 책이, 책장엔 책 속의 문장들이 나를 기다린다. 잉크 묻은 손끝이 새까만 밤을 눈썹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서리처럼 하얗게 지새운다. 지워진 문장보다 남겨둔 침묵이 많았고, 쓴 글보다 삼킨 말이 더 많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게 아니다. 그건 ‘나’를 건져 올리는 작업이다. 그렇게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사이, 비로소 나도 본 이름 외에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 호(號)를 하나 건져 올렸다.
‘서강(書江)’ 글 서(書)와 강물 강(江). 두 글자에 담긴 의미는 새로운 내 삶의 방향이 된다. 글이 멈추지 않고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하여, 살아 움직이는 문장이 되기를, 단지 종이 위의 흔적이 아닌,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이야기를 잉태하는 물줄기가 되기를, 필명을 바꾸며 시(詩)마다 적힌 내 흔적을 다시 새겼다. 그건 단순한 교정이 아닌, 내가 나를 찾는 과정이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혼잣말을 계속하는 일이다. 아무도 듣지 않는 말, 그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 때로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밤을 새우고, 때로는 문장 하나가 온몸을 뒤흔든다. 그렇게 한 글자씩 써 내려간 나의 말들이 이제 하나의 강이 되어 흘러가는 초석을 만든다.
‘서강(書江)’이라는 호(號)는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말해주는 지표다.
강물은 오늘도 흐른다. 추위에도 얼지 않고, 더위에도 땀 흘리지 않고, 바라보는 이의 쉼터가 된다. 나는 그 흐름을 닮고 싶다. 멈추지 않고, 어디론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울림을 주고 살아낼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