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박복한 년, 내 엄마

새로운 식구와 달라진 시대

by 서강


오빠가 결혼을 하고, 며느리가 집에 들어왔다. 식구가 한 명 늘었을 뿐인데, 집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부엌에는 며느리가 만든 된장국 냄새가 퍼졌고, 거실에는 웃음소리가 자주 났다. 처음 몇 달은 잔치 끝난 뒤처럼 들뜬 분위기가 이어졌다.


엄마는 나름 마음을 열고 며느리를 맞았다. 시집와서 첫날부터 시어머니와 함께 잠자리를 했던 엄마 세대와 달리, 며느리는 자기 방이 있었고, 신혼부부로서의 공간과 시간을 보장받았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하지만 변한 것은 환경만이 아니었다. 엄마는 젊은 시절, 시어머니를 모시고 고된 일을 하면서도 ‘며느리 도리’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희생을 요구하기 어려운 시대였다.


“그땐 고생한 만큼 대우도 있었지. 지금은 그런 게 좀 아쉽네.”


엄마가 가끔 중얼거릴 때면, 그 말속에 담긴 서운함이 느껴졌다.

며느리와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이 엄마가 겪었던 과거와는 달랐다. 시어머니가 손주를 돌보면, 며느리는 “고맙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 뒤에는 ‘당연한 일은 아니다’라는 시대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큰 갈등은 없었지만 순탄하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서로가 맞춰가야 했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거리감이 있었다. 그래도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집안은 유지됐고, 하루 세끼 밥상은 차려졌다. 그것만으로도, 그 시절의 우리는 충분히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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