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박복한 년, 내 엄마

손주 열 명, 웃음이 가득한 집

by 서강


나도 결혼을 하고, 막내 동생도 가정을 꾸렸다. 그 사이 오빠네, 내 집, 동생네에서 하나둘씩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에는 두세 명이던 손주가, 세월이 흐르니 어느새 열 명이 되어 있었다.

명절이면 엄마 집은 그야말로 작은 운동장이었다. 방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쏟아지고, 부엌에서는 어른들 목소리가 겹겹이 쌓였다. 상 위에는 김치전, 잡채, 갈비찜이 넘쳐났다.
손주들은 마당에서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숨바꼭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웃음소리가 동네 끝까지 울려 퍼질 만큼.


그 무렵 엄마는 회갑을 맞았다. 잔칫날, 친척과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엄마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환하게 웃었다. 마치 지난 세월의 고생을 다 털어낸 사람처럼.

사진 속 엄마는 유난히 환했는데, 그 표정에는 ‘이제는 좀 행복해도 되겠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그 시절 엄마의 집은 늘 사람 냄새로 가득했다. 손주들이 뛰놀고, 어른들이 숟가락 부딪히며 식사하는 소리, 설거지 물소리가 어우러졌다.


엄마는 그 한가운데서 늘 웃고 있었다. 힘든 시절을 건너온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그것이 아마 가족의 웃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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