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언어
《왜 필사는 글쓰기의 근육이 되는가》
필사(筆寫)는 단순히 옮겨 적는 일이 아니다. 좋은 문장을 손끝으로 옮기는 순간, 그 문장의 호흡과 리듬, 단어 선택의 의도가 내 안으로 스며든다.
첫째, 문장의 구조를 몸으로 익힌다.
읽을 때는 흘려보내던 문장도 쓰다 보면 쉼표 하나, 조사 하나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느껴진다. 문장이 어떻게 시작해, 어디서 숨을 고르고,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몸이 기억하게 된다.
둘째, 어휘의 결을 손끝에 담는다.
작가가 고른 단어의 색감과 질감을 내 손을 거쳐 종이에 새기다 보면 평소 내가 쓰지 않던 표현이 자연스레 내 어휘창고에 쌓인다.
셋째, 사유의 깊이가 넓어진다.
필사는 속도를 늦춘다. 글을 ‘빨리 읽는 독자’에서 ‘천천히 듣는 제자’로 바꿔놓는다. 느림 속에서 문장 뒤에 숨은 생각과 감정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결국 필사는 글쓰기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운동과 같다. 달리기를 잘하려면 근육이 필요하듯, 글을 잘 쓰려면 문장 근육이 필요하다. 그 근육은 책상 앞에서, 펜과 종이 사이에서, 묵묵히 쌓여간다.
필사를 오래 한 사람의 글에는 남의 목소리를 흉내 낸 흔적이 아니라, 좋은 문장에서 길어 올린 자기만의 리듬이 담겨 있다. 필사가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