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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글 Apr 27. 2024

한 순간의 방심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다

연말에 세우던 새해 계획이 언제 가장 많이 깨지는 줄 아는가? 설 연휴이다. 명절이니까 괜찮겠지라며 나태했던 과거의 나로 돌아가는 순간, 두 달 가량 쌓아왔던 탑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때 포기를 가장 많이 할 것이다. 헬스장은 1월 연회비로 먹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인간의 뇌는 더 편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있다. 굳이 힘들게 운동을 하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것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왜 지금 당장 누워서 맛있는 것을 먹고 재밌는 것을 보지 않냐며 쉴 새도 없이 쫑알댄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이 뇌라는 최종 보스 녀석을 무찔러야 한다. 쓰러뜨려도 계속해서 되살아나기는 하지만 말이다.


잠깐의 방심은 뇌에게 조종 키를 넘겨주는 대표적인 순간이다. 한번 키를 잡은 녀석은 욕심이 많아 다시 돌려주지 않으려 최선을 다 한다. 마치 자신이 몸의 주인인 양 내 의지를 꺾고 도파민의 노예로 전락시킨다. 지금 당장 이득이 되는 행동만을 하며 내 의지는 없이 기계처럼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내 의지로 하는 행동이 더욱 많아질수록 뇌의 힘이 약해져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방심을 항상 조심하자. 이번만은 괜찮겠지,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물론 한 번쯤은 괜찮은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순간 주권이 어디로 넘어가게 되는지를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이 작은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나에게 키가 주어지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진다.


습관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 끊임없는 유혹이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된다. 악마의 유혹, 정신 승리, 자신과의 타협 등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기도 하는 이것은 사실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이다. 몸을 힘들게 하는 어떤 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가만히 누워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뇌 입장에서는 몸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미래나 과거의 어떤 것이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현재의 아늑함이 중요할 뿐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가꾸어 온 습관이 한순간에 쉽게 무너져 버리는 경험을 자주 겪어왔다. 그런 습관 없이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사실 그런 것 없이도 얼마든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다만 더 좋은 몸과,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의지를 투입해 나를 갈고닦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 잠깐의 타협으로 인해 그 습관이 마치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진다. 그 자리는 게으른 습관 하나가 안주인처럼 떡하니 자리 잡는다.


지금은 이 과정을 지독히 잘 알기 때문에 항상 명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잠깐의 방심이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올라가는 것은 쉬워도 내려가는 것은 무엇보다 빠르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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