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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글 Jun 30. 2024

집들이

집들이 덕분에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철 없던 시절부터 보았던 녀석인데, 

어느새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 때 우리가 나눴던 많은 꿈과 희망들이 있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것들을 다 이루진 못했더라도 우리 꽤 잘해내고 있었더라. 

뭣 모르던 시절, 수업 시간에 잠만 자려던 나를 깨워주던 너에게 아직도 고마움을 느낀다. 

별거 아니지만 남들에게 잘 주지 않는 선물로 내 마음을 전해본다.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버스가 끊길 시간이 되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집을 나선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갑작스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거센 비를 쏟아낸다.

무언가 막혀있던 것이 사라진 것처럼, 모든 것을 잠기게 할 듯이,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낸다.


너희들과의 시간은 그랬다. 

사회생활을 하며 조금씩 막혀버린 내 마음의 배수구를 열어 쏟아낼 수 있었다.

갑작스런 폭우에 온몸이 젖어도, 

옅은 미소가 슬며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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