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영화관에 방문했다.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꽤 오래 전의 것을 보는 듯한 낯선 기분이 든다.
텅 비어버린 모습도 한 몫 하는걸까.
한 때 가득차 안쪽 자리로는 들어 가기도 어려웠는데,
한산한 자리에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보는 사람들도 있다.
줄어버린 광고와 늘어난 음식 메뉴의 대비는 영화관의 목적을 혼란하게 만든다.
영사기에서는 최신 영화가 흘러나오지만,
머릿속에서는 흑백영화처럼 영화관에서의 추억들이 새어나온다.
풋풋했던 대학 시절의 청춘 영화부터 모든게 서툴렀던 첫사랑과의 로맨스 영화까지.
나에 대한 인간 3부작 시리즈가 끝나갈 때 쯤 맞추어 크레딧이 올라온다.
나 역시 내 인생을 스쳐 지나간, 내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 제작진과 등장인물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들의 크레딧에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기를 바라며 자리를 정리한다.
뒤에서는 안내 직원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음 상영작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