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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글 Dec 30. 2023

가족은 습관의 감옥이다

가족은 습관의 감옥이다. 잔인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대부분의 현실이 그렇다. 어쩌면 지옥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부모의 나쁜 습관은 자식한테 그대로 대물림 되기 때문이다.


야식을 먹는 습관이 있는 부모의 자녀는 똑같이 야식을 먹는다. 혼잣말로 불평불만을 내뱉는 습관이 있는 부모의 자녀는 불평과 불만을 내뱉는다. 책을 읽는 부모의 자녀는 책을 읽고, 운동을 하는 부모의 자녀는 운동을 한다. 가장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모습이 바로 그 부모의 습관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을 고쳐나갈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가족이다. 늦은 밤마다 야식을 시켜 먹는 습관으로 인해 항상 배가 더부룩하고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 습관을 고치고자 저녁 8시 이후로는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바로 그날, 그다음 날도 어김없이 밤 10시만 되면 라면을 끓이고 치킨을 시켜 먹는 가족이 있다는 상상을 해보아라. 한 입만 부탁하다가 금방 포기하고 함께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있을 것이다.


가장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 또한 가족이 된다. "그래봤자 살이 빠지겠냐.", "물만 먹어도 살찌는 게 우리 집안 체질이다." 등 좋은 습관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도 영 도움이 되지 않는 말만 옆에서 들려온다.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가?' 라는 의기소침한 생각과 함께 의지는 빠르게 꺾이게 된다.


그래서 가족은 습관의 감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오히려 나쁜 습관들이 장기 복역수가 되어 실세가 된 양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활동한다.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안타깝게도 많은 해결책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유전자와 체질의 한계로 자신을 계속 묶어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나만은 다르게 살아갈 것이라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부모님이 들으면 슬퍼하실 수도 있지만, 그때만큼은 가족이 아닌 남남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나는 저들과는 다르다. 나는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스스로 되뇌며 가족이라는 그룹 안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가족을 위한 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포기하고 살아가던 가족 구성원들이 달라지는 자신을 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함께 좋은 습관을 만들어나갈 기회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 가족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당장은 조금 섭섭할지라도 냉정한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굳건하게 마음을 다잡았어도 육체적인 자극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반복적인 유혹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 밤 10시마다 치킨을 시켜 먹는다면 9시 55분에 러닝을 하러 밖으로 나가야 한다. 식사를 마치는 30분 동안은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자신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비나 눈이 와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면 방문을 닫고 다른 것에 몰입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이렇게 몇 날 며칠을 가족과 반대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정도 독립성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가족이 하던 말과는 달리 건강한 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니 살이 빠지는 것이 보이고, 더부룩한 느낌은 이미 사라지고 오래이다. 이렇게 성공적인 습관 형성을 겪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 자신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가족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자. 그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거울처럼 나에게 비치고 있다면 그 거울을 깰 의지로 벗어나보자. 나는 가족 그 자체가 아니다. 나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원하는 습관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다. 그 감옥은 그들이 만든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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