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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un 29. 2023

내맡기기의 효과

마이클 A. 싱어의 '될 일은 된다' 책을 읽고

 오늘 아침을 먹으며 본 한 유튜브 영상에 '될 일은 된다'라는 책에 대한 짧은 언급이 있었다. 너무나 직관적인 제목인지라, 오늘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바로 앉은자리에서 책을 읽었다. 쉽게 쓰여서 그런지 술술 읽히면서도 최근에 내가 모호하게만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훨씬 더 정교하고 명확하게 정리가 돼서 두 어 시간만에 완독 했다.


 애정을 갖고 임했던 일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결국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난 나의 일 년의 시간은 운명이란 게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게 다 절묘했다. 물론 그 과정 사이에서 수많은 날들을 울고, 참고, 스스로 다그치기도 했다. 바꿔야만 한다는 강박만 가졌을 뿐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좌절할 틈조차 없다고 느낄 즈음 '더 이상 바닥을 칠 일도 없으니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나에게 좋은 시기가 생길 거야'라고 믿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원하던 상황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연달아 생겨나는 걸 보면서 '삶이 이렇게도 흘러갈 수 있는 거구나'라고 느꼈다.


 책에서도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열망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주어진 삶의 흐름에 맞춰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세상은 늘 나에게 선물을 주는데, 내 머릿속에서 외쳐대는 목소리는 무시하고 그저 그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란 것이다. 자칫 무기력하게 안주하는 삶을 권하는 건가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책의 골자는 삶을 흐름에 내맡기되, 그 주어진 기회들에 최선을 다하며 살면 흐름을 타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단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대상에 대한 호불호는 오히려 나를 좀먹는 벌레와도 같다. 그런 주관적인 판단을 내려놓고, 생뚱맞다고 느낄지라도 작은 기회들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에 나를 내맡기는 것.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난 나의 자의식이 불쑥 튀어나와 '내가 아는데, 이건 못해'라고 속삭인다. 작가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자신을 인생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지만, 그건 이기지 못하는 싸움에 임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우리는 가볍게 세상에 나를 내맡기고 자연의 순리에 나의 의지를 얹혀 흐름을 타면 더 멀리 높게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의 나도 나의 틀을 조금 더 내려놓고, 세상에 나를 내맡기면서 서핑을 하듯이 살고 있다. 그러면서 마주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순간들 행복했던 추억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물론 현재의 나는 부와 명예를 이루거나 동경하는 삶을 영위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삶의 구석구석이 풍성해짐을 피부로 느낀다.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어릴 때와 다르게 이젠 어느 정도 삶의 흐름이 있다고 믿는다. 그 속에서 내가 방황할지 잘 타면서 더 멀리 나갈지는 그저 선택의 문제다. 적절한 파도를 타고 서핑하면서 흐름을 타고 저 멀리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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