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도 계절과 같은 흐름이 있다고 한다. 손에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는 고독하고 추운 겨울이 지나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활력을 찾아가는 봄, 결실을 맺고 더 풍성해지는 여름 그리고 점점 무르익는 가을. 인생 모든 순간은 저마다 닮아있는 계절이 있단 글을 보고 나서 그 간의 내 인생을 반추해 봤다. 지금의 나는 어느 시점에 접어들었을까? 하나 확실한 건 겨울은 지났다는 것이다. 아마 봄과 여름 그 중간 즈음일 것 같다. 초조함이나 불안감 없이 조금 더 산뜻하게, 성실하게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 그 용기의 근간엔 수많은 좌절과 원망, 분노가 있었다.
나는 늘 스스로를 채근하고 불안해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을 챙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늘 무기력했던 건 아니었다. 나도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명상을 해보고, 종교에도 의지해보고, 많은 책과 영상을 찾아보며 이겨내고자 발버둥 쳤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어 더 좌절했던 것 같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섬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건 '모닝페이지'였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나만의 특별한 의식인데, 책상에 앉아 머릿속에서 부유하는 모든 말들을 써내려 나간다. 오늘 아침에 뭐를 먹을지, 어떤 운동을 할지, 어떤 꿈을 꿨는지 등 잡다한 것부터 시작해 감사일기도 써보고, 긍정확언도 써 내려간다. 조금 시동이 걸렸다 싶으면 늘 달고 살았던 걱정들도 노트 위에 과감하게 덜어낸다. 마치 음악의 명장들이 영감을 받고 미친 듯이 악보를 써 내려가는 것처럼 나름 진지하고 웅장하게.
스스로에 취해 한 장을 빼곡하게 채우다 보면, 뇌가 찬 물에 담가진 듯 한번 씻겨진 느낌이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하다 보니 하루를 좀 더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고, 사소한 변화가 조금씩 모여 두 달 정도 지난 지금, 어느 정도의 마음이 한 뼘 자랐음을 스스로도 실감하고 있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달라진 건 그동안 갈망했던 것들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없어도 되지만 기왕이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소한 바람들이 생겨나 삶을 좀 더 유쾌하게 만들어줬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무엇이 되었으며 좋겠다'라는 가벼운 태도로의 전환이 가져다준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아마 그런 부담들을 아침 모닝페이지에 다 던져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사소하지만 지속하기 힘든 모닝페이지를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건, 내가 지금 의욕을 가지고 새롭게 무언가에 도전을 해볼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들 마음의 짐들을 덜어내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