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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Nov 07. 2024

초로의 일상 속으로 5

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24. 11. 3 sun

조지오웰의 <1984>는 1948년에 쓴 소설로, 1984라는 임의의 미래시점에서 비인간적인 전체주의 체제를 설정하고 그 아래서 권력 집단에 저항하는 모습과 독재체제에 대한 경고를 다룬 작품이다. 철저한 억압과 감시, 통제하에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 후반부에서 주인공 윈스턴과 줄리아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어서 요약해 본다.


"윈스턴 - 자백을 말하려는 게 아니야. 자백은 배신이 아니지. 자백을 하든 안 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감정이야. 그들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면 그게 진짜 배신인거지.


줄리아 -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어요. 그들은 당신이 무엇이든  말하게끔 할 수는 있지만 믿게는 할 수 없어요. 당신의 속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으니까요.


윈스턴 - 그래 당신의 말이 맞아. 사람의 속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지. 만약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비록 대단한 성과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을 패배시키는 셈은 되는 거야."


이때만 해도 이 두 사람의 운명엔 미미하게나마 희망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결말은...




24. 10. 31 thu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10월의 마지막 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침 차창 밖 노을도 아름답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가족과 함께 하고 있으니 더없이 푸근합니다.


어머님께서 감기에 걸리셔서 단풍나들이가 무산되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몸이 안 좋으신데도 저희 온다고 두툼한 갈치에 감자와 무를 큼지막하게 뭉텅 넣어 조려낸 맛깔난 갈치조림과 양지 듬뿍 넣어 세상 달달한 토란국을 끓여주셔서 오늘 아침도 넘치게 감사한 밥상을 받았어요.


차 안이라 글 쓰려니 멀미 나네요. 10월의 마지막밤 히팸분들 모두 잘 보내시기 바라요.




24. 10. 30 wed

아들이 10일간의 바쁜 휴가 스케줄 중 오늘과 내일, 이틀을 부모에게 비어주었습니다.ㅎ

어떻게 좋은 시간을 보낼 까 어제 토의를 했어요.

아빠는 "1박 2일 여행 갈까?"
"캠핑 가서 캠프파이어 어때?"
아들은 두 의견 다 "노, 노."


친할머니 뵈러 가자고 하네요. 뭘 하러 가는 거보다 그냥 할머니네서 하루 자고 싶다고 합니다.
평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정이 많은 아이인 줄은 알았지만 기특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어머님 모시고 단풍 보러 갈까 합니다. 오후엔 바쁠 거 같아서 아침 산책 나와서 일기부터 씁니다.


어디를 가나 알록달록 단풍으로 참 예쁜 가을 풍경입니다. 자연의 변화가 무척 신비롭지요?
인간들은 이 황홀한 자연에 진 빚이 많아요.



24. 10. 21 mon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우연히 쿠팡플레이에서 낯익은 제목이 눈에 들어와 열어보았더니 맞았다! 그 소설..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와 한국의 공지영 작가에 의해 공동 프로젝트로 완성된  개 같은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 소설은 2013년에 두 작가에 의해 일본인 준고의 관점과 한국인 홍이의 관점으로 각각 쓰여 두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난 이 두 권의 책을 2016년에 읽었고, 브런치스토리에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이란 제목으로 글을 발간했었기 때문에 그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일본인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원작자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표현은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매우 섬세했고 감성의 호흡이 나와 잘 맞았다.

알고 보니 올해 이 원작을 토대로 드라마가 제작되었고 이후 소설도 재발행되었다.

너무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이라 잊고 있었는데 아직 초반부이긴 하나 드라마로 다시 보면서 그때의 기억이 하나 하나 되살아 다.




24. 10. 20 sun

랄프왈도에머슨의 말씀을 들으며 명상산책을 했다.

에머슨은 1800년대의 미국의 사상가며 시인이다. 니체, 간디, 소로우, 오바마가 에머슨의 에세이를 인생의 지침서로 삼았다고 한다.

이중 내 귀에 들어온 몇 가지만 적어본다.

자신을 절대 신뢰하라. 당신의 생각이 건전하고 바람직하다고 믿어도 좋다. 자신의 일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면 안온한 마음을 얻는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면 온전한 평온을 얻을 수 없다. 우리의 힘은 자연에서 온다. 우리의 잠재력도 자연의 환경 속에서 발휘된다. 생각과 신념이 바르다면 당당하게 나아가라. 다른 사람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믿어라.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하면 세상은 우리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오로지 당신의 일을 하라. 그러면 당신은 강건한 자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남의 기대에 맞추려고 애쓰지 말고 자신이 믿는 삶을 살면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절대적인 고립을 경험하라. 고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서야 한다.

결국 에머슨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신을 믿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다.

다른 낙엽들과 떨어져 홀로 붉게 빛나는 저 벚나무 낙엽처럼 고독 속에 놓일 때 더 나다움이 빛난다.




24. 10. 18 fri

세차게 내리는 가을비 소리가 참 좋았던 아침이었다. 이런 날은 아무 이유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낮에 먹은 크림빵과 삶은 고구마 두 개가 이 시간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다. 남편의 양해를 구하고 저녁을 패스하고 밤 산책을 나왔다.

어두운 밤길을 걸으며 한강의 소설 '흰'을 듣고 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언니가 그녀의 삶에서 흰색과 함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언니는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은 혹독한 겨울, 태어나자마자 첫 숨만 트고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흰 이불보에 싸여 차디찬 땅에 묻히었다. 그녀의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흰색은 고요와 상실을 상기시키고, 언니의 상실은 그녀의 삶과 항상 맞물려 있다고 느낀다.

한강의 소설들은 이렇게 대부분 죽음과 연결되어 있고 어둡고 아프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삶이 생명과 죽음 사이의 희미한 경계선상에 놓여있다고 여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다른 상태로의 전환이었다고 묘사한다. 죽음을 한강만큼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히로인스'라는 운동앱에 올린 일기글을 추려서 5~7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기에서 지칭하는 히팸은 히로인스 가족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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