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몬드'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날 펄펄 내리는 눈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깡충대다가 망치로 머리를 내려 찍히고 맙니다.
세상을 증오하던 한 남자의 타깃은 웃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표현불능증을 앓고 있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눈을 보고 함박웃음 짓던 사람은 소년의 어머니였어요. 아이 눈앞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집니다. 저처럼 눈이 좋아 웃었을 뿐인데..
몰아치는 함박눈을 맞으며 무척 기뻐하는 와중에 문득 이 소설이 떠오르더군요.
너무 좋은 일엔 불길한 기운도 도사릴 수 있기에 감정을 자제해 봅니다.
단풍과 흰눈이 공존하는..
24.11.24 sun.
떨어진 낙엽 위로 눈이 쌓이기 전에 남편이랑 집 뒤에 있는 관무산 다녀왔어요. 가깝고 전망이 좋아 첫째로 꼽는 저의 아지트예요ㅎ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가 듣고 싶었습니다. 김밥이랑 따끈한 보리차가 산 정상에서 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요.
늦가을의 정취 때문인지 산에서 듣는 마크 노플러의 와일드 테마가 제 마음을 녹여 버렸습니다. 영화 Local Hero의 ost인데 다이어스트레이츠의 기타 연주로 들어도 정말 좋아요. 기회되면 한 번 들어보세요.
오랜만에 산에 오르니 심장 펌프가 요동을 칩니다. 온몸의 세포가 다 깨어난 느낌입니다. 겨울 문턱인데도 이마에 땀이 흐르네요.
히팸 여러분 모두 평안한 일요일 저녁 행복하게 보내요
관문산에서는 물왕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24.11. 23 sat.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아침 명상 때 새긴 법정스님의 말씀이다.
평소 침묵수행을 강조하신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노력하지만,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화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오늘의 말씀이 이러한 궁지에 빠지지 않도록 또 한 번 나를 다져준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또한 못된다.
들은 것을 들었다고 다 말해버리고 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궁지에 빠지게 한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욕설이나 비평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또 남의 단점을 보려고도 않으며, 남의 잘못을 말하지도 않는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입을 잘 지키라고 했다.
맹렬한 불길이 집을 다 태워버리듯이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자르는 칼날이다.
내 마음을 잘 다스려 마음의 문인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입을 잘 다스림으로써 자연 마음이 다스려진다.
앵무새가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자기 소리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사람도 아무리 훌륭한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면 앵무새와 그 무엇이 다르리오.
세 치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24.11.19 tue
어제보다는 날이 풀렸어요.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오늘은 제 인생의 멘토 법정스님의 강연을 들으며 산책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법문 그대로는 못 살아도 그분의 정신을 제 인생의 거름으로 삼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 들은 법문의 일부입니다.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알라는 경고처럼 느껴지네요.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이 세상에 간혹 있어요. 그런데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사실 가난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마음이 이미 부자이기 때문에 적게 가지고도 넉넉하게 살 기 때문에 가난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물건 귀한 줄 알고, 고마운 줄 안고 그렇게 살아야 되는데 우리는 그걸 잃고 있어요.
스스로 맑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가난이에요. 불필요한 걸 갖지 않는 것, 이런 생활신조를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절제의 미덕이 있어요. 스스로 자기 욕망과 욕구를 억제하고 절제하는 거예요.
그들은 밖으로 드러내어 과시하기 보나는 안으로 맑고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누릴 줄을 압니다.
또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안을 원합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법을 배워야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삶은 영원히 빈껍질로 쳐지고 맙니다. 겉으로는 화려하더라도 괜히 폼만 재다가 한 인생 끝나는 겁니다."
24.11.17 sun 새벽 5시 반즈음 눈이 떠졌다. 새 날을 맞는 마음이 왠지 무겁다. 요즘 쓰기 활동은 히로인스 일기 쓰기가 전부다. 매일 쓰다 보니 쌓여가는 글은 꽤 많지만 짧은 일기다 보니 간결한 글 속에 깊은 내용을 담지는 못한다. 제대로 된 글쓰기를 손 놓은 지가 언젠지 헤아릴 수도 없다.
일어나 양치, 세수하고 우선 영어공부부터 1시간가량 한 후 책을 펼쳤다. 얼마 전 구매한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다.
그는 대영제국의 경찰간부로서 식민지 버마에서 근무하다 '고약한 양심의 가책'으로 경찰직을 사직한 뒤, 자발적으로 파리와 런던의 빈민가에서 부랑자 생활을 한다. 그 체험을 바탕으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발표한다(1933)
글의 힘은 생각과 체험에서 나온다. 오웰은 글을 정말 잘 쓴다. 한 구절 한 구절 기막히게 묘사된 글을 읽고 있자니 흥분되고 엔도르핀이 솟아난다. 아침에 눈뜨고 잠시 심란했던 기분은 싹 날아갔다.
도서관 앞 길 건너의 은행나무가 앙증맞아 찰칵
24.11.11 mon 우리 모두 시간열차에 탑승해 있죠. 어릴 땐 완행이더니 점점 속도가 붙어 언제부턴가 급행으로 전환된 듯합니다.
열차 안에 승차한 우리는 이 열차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앞은 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차창으로 시간 풍경만 바라볼 수 있을 뿐이지요.
세월을 따라 달려온 우리는 이제 이 열차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간열차임을 잘 깨닫고 있습니다.
몇 정거장 안 남은 시간여행인 줄 잘 알기에 혹여 두려움과 조바심으로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 찰나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렵니다.
저희 엄마 목적지까지의 정거장은 어쩌면 저보다는 조금 덜 남았겠죠. 어제 엄마 생일케이크를 풀며 초가 한가득 나오는데 맘이 좀 안 좋더군요.
한결같이 200살까지 사시겠다는 꿋꿋한 엄마의 의지가 어쩌면 열차시간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위의 글은 제 브런치 독자분 중 한 시인의 시에서 착안하여 썼습니다. (완행이 급행으로 승진 되어 가는 시간의 풍경 - 문재규)
24.11.8 fri 남편과 장 봐온 거밖에 한 게 없는데 하루가 다 저물었네요. 해가 많이 짧아졌어요.
새벽에 깨서 알릴레오북스에서 소개하는 조지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봤어요. 유시민은 조지오웰을 '영국인 조르바'로 비유하더라고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잘 아시는 분이라면 바로 동의가 되실 거예요. 조지오웰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고 헷세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작가가 됐습니다. 그 새벽에 곧바로 책을 주문했어요.
오웰은 사람들이 글 쓰는 이유를 생계 목적을 제외하면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등 크게 4가지로 들었어요. 구체적인 설명은 길어서 생략해요. 저는 굳이 따진다면 미학적 열정 정도가 해당되는 거 같아요. 미학적 열정은 외부세계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주는 묘미라고 설명했더라고요. 그 외에 사후에 기억되기 바라는 것도 이유가 될 거 같아요. 이게 이기심에 속하더라고요 ㅎ
제 습작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오던 습관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 같아요. 독서평이든 영화평이든 다 제 관심사를 기록한 일기의 일환이니까요.
이제 저녁 준비할 시간이네요. 히팸분들 추운데 따끈한 저녁 준비하셔서 맛있게 드세요^^
('히로인스'라는 운동앱에 올린 일기글을 추려서 5~7편씩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기에서 지칭하는 히팸은 히로인스 가족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