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안아주기

포옹

by 서장석

서로 안아주자. 어깨를 부딪치고, 가슴을 맞대고 안으며, 손으로 상대의 등을 어루만지자.

토닥여 주자. 따스한 체온을 전달하고 전달받으며 사랑임을 확인해 보자.


나는 서로 안아주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다. 오히려 안기고, 안아주는 자체에 대하여 경박한 행위라는 생각마저 갖고 있는 세대다.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교육조차 그렇게 받았다. 자신의 행위와 행동을 조심하라고. 남들 앞에선. 아버지를 한 번도 안아드리질 못했다. 아니 감히 다가설 엄두조차 못 냈다는 게 정설일 것이다. 어려서 아버지도 날 안아주었다는 기억이 없다.


딱 한 번 서로가 안아 본 기억은 군대 가서 첫 면회 때, 위병소 앞에서 아버지께 거수경례를 하자 아버지가 다가오셔서 날 안아주셨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우리 부자의 모습이다. 어머닌 요양원에 계실 때 안아드렸던 기억이 있다. 쇠약하신 몸을 안을 때 뼈마디가 부딪쳐 옴을 느꼈고, 송구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몰라했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모자간의 행위가 자연스러웠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집에 올 적마다 안아준다. 처음엔 쑥스러웠다. 그러나 아들의 체온을, 맥박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사랑스러워졌다. 겸연쩍음도 사라졌다.


응용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의 몸을 어루만지며 안아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따듯한 온기를 나누며

아침 인사를 한다. 잘 잤느냐고? 내게 일어난 변화 중 가장 큰 변화. 이 변화를 스스로 주도하며 뿌듯한 기쁨을 느낀다. 서로 살아 숨 쉬고 있기에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다. 나이 먹어서 주책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떠오르거든 이제부터는 버려라. 풋풋하고, 정열적이며, 뿔같이 타오르는 이, 삼십 대의 사랑은 아닐지라도, 육십이 넘어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온기를, 체취를 느끼고 싶을 뿐이라고. 이 얼마나 따사로운 습관이랴. 난 그렇게 생각한다.


또 손자가 집에 올 때마다 허리를 낮추고 무릎을 굽혀 온몸으로 안아 본다. 손자도 두 손을 내밀어 할아버지의 등을 만지며 토닥여 준다. 자그마한 체구를 몸으로 느끼는 감사함을 어디에 견주랴? 마음을 다해 서로를 안아주고 안부를 묻는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고. 손자가 답한다. 난 잘 지냈어요. 하비는? 나도 손자에게 답한다. 보고 싶었다고.


우리가 사는 지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비가 날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이 분다? 작은 변화의 큰 기적 ❛나비효과❜ 하나의 행위가 전 세계적으로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포옹은 분명히 선순환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자로는 포옹(抱擁)이고, 영어론 hug. 사전에 bear hug란 표현이 나온다. ❛힘찬[따뜻한] 포옹❜이란 뜻이다. 문자가 무슨 소용이랴. 인간의 행위를 묘사하는 수식어임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젊은 남, 여가 대로변에서 서로 안고, 안겨있어도 아무도 그것을 보고 나무라지 않는다. 일부의 사람들은 아직도 눈살을 찌푸리기는 하지만. 많이 서구화되었다. 서구화 자체에 대해 나 같은 ❛국민교육헌장❜ 세대는 시새움과 질투로 감정과 정서를 표현한다. 부럽다.


관계를 형성할 때 악수만큼이나 보편화된 마음의 표현이 포옹 아닐까?

오히려 악수보다 더 뜨겁고 친밀감을 표시하는데 최고의 몸동작이 아닐까 싶다. TV에서 침팬지나 원숭이 같은 영장류들이 새끼들을 껴안고 젖 물리는 장면을 매우 많이 보았다. 그러면서 느낀 최고의 정서인 모성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확인하였다. 나도 어머니 젖을 먹고 자랐다. 어머니 품에 안겨 젖 먹고 자는 아기의 모습을 보면 성스럽다. 그리고 평화와 안정이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엄마들이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품에 안고서, 등을 토닥이며, 눈을 맞추고 교감하며 먹인다.

이 모든 행동이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따사로움과, 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발생시킨 평안을

이끌어 오는 행위다.

서로 안아 보자.

서로 안아주자.

상대에게 성냄과 원망이 있더라도. 포옹하고 뜨겁게 안아 보자. 그러면 그동안 쌓였던 원망으로 인한 피로가 눈 녹듯 없어져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친밀한 행위 안아줌.

포옹이라는 세포의 출현을 위해 노력하자.

20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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