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알게 된 자신감의 근거
특별하고 대단한 인생이 있을까요? 평범하게 살기도 벅찬데.
10대에서 20대가 될 때는 기대감이 있었고, 30대가 될 때는 기대하지 않았다. 매 해 1월 1일도 아무렇지 않게 보낸다. 그저 어제와 오늘일 뿐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중학생 때는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아동영상미디어과가 있는 요즘은 특성화고라고 말하는 실업계에 갔다. 다니면서 PD가 되고 싶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이하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서 싸이월드나 메모장에 적힌 글은 있지만 남은 글이 없다.
20살, 대학에 안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인천에 영상과가 있는 전문대에 갔다. 지독하게 돈이 없어서 학교 갈 차비가 없는 날도 있었다. 꾸역꾸역 다녔는데 수업 질이 낮았고 내가 원하던 바와 다른 대학 생활이었다. 수업에서 PPT를 가르치는데 '커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고 여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안양에 있는 대학교에 수시로 붙게 된다. 1년 다니고 휴학했다. 영화과 특성상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붙어 있는 날이 많은데 돈이 없었다. 학교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해서 수익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휴학 후 1년은 대학 동기들과 안양에 살면서 신촌에서 일을 했다. 선배들의 작품을 조금씩 도와가면서. 그리고 그다음 해에 자퇴했다.
일을 하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은 더욱더 깊어졌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서 그때 막 뜨기 시작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스케줄 근무였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 전인 이른 오전에 수업을 들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오랜만에 언어를 배우니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학교 졸업장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가까운 전문대 야간대에 원서를 넣었고 붙었다.
중국어과를 다닌 2년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6시부터 10시까지는 수업을 들었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성적도 좋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에 가장 열심히 살았던 날들. 그래서 그런지 잘하진 않지만 중국어를 여전히 좋아한다.
졸업 후 면세점에서 잠깐 일하다가, 카페에서도 일하고, 복합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도 하고, 그러다 건설사 경리 업무를 2년 했다. 그 사이에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 웹 퍼블리셔 수업도 잠깐 듣고 계약이 종료된 후에 국비 풀스택 웹개발 수업을 6개월 들었다. 이때가 스물아홉인가?
개발자가 되진 못했고 친구가 일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배달대행, 바이크 리스를 배웠다. 1년을 다니고 전기오토바이 회사로 이직해서 1년 2개월을 다니다 지금 복덕방까지 왔다. 지금 만 나이 서른 하나.
자잘한 건 적지 않았지만 살기 위해 많은 걸 했다. 불안에 덜덜 떨면서. 불안감을 안고도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내 인생 왜 이래 하면서 엎어져서 펑펑 우는 날에도 난 잘 될 거라 믿었다.
2023년 어느 날 갑자기 이 점들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선이 되려 하는구나.
불안해하지 말고 그대로 진행하세요.
이어져요 5년 후, 10년 후 당신의 점과.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