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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

by 서기선

나는 누군가의 혈맥(血脈) 속에서
미진(微塵)처럼 떠다니던 존재였다.


어린 나는

아버지의 음영(陰影) 아래에서 자랐고,

그는 나의 하늘이자 땅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한 생을 거두는 뿌리가 되어

또 다른 작은 생명을 감싸 안는다.


아버지는 나를 품고,

나는 다시 아버지를 닮아간다.

흐르는 혈맥(血脈) 속에서

나는 나를 보고,

아버지를 보고,

나를 이어갈 이를 본다.


흐르는 물과 돌처럼,
하나의 생이 또 다른 생을 잇는 꿈처럼,
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이자 아들이기 때문에.




그림출처: 네이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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