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길을 묻다.
바람이 분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치고, 머리칼을 어지럽힌다.
주머니에 손을 깊이 찔러 넣으려는데, 바람도 추운지 내 옷깃 사이로 스며들며 체온을 나누려 한다.
바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불어오는 방향도, 세기도, 머무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때로는 등 뒤를 밀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앞을 가로막으며 걸음을 무겁게도 한다.
그럴 때면 문득 삶도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평온(平穩)한 날만을 바라지만,
인생은 언제나 잔잔한 바다처럼 흐르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변화, 흔들리는 감정, 사라지는 것들, 놓쳐야 하는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바람처럼 불쑥 찾아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바람은 그저 스쳐가는 것이 아니다.
낙엽과 함께 춤을 추기도하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노래하기도 한다.
그 울림 속에서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바람을 거슬러 걸어왔는지,
그 바람 속에서 무엇을 놓치고, 또 무엇을 붙잡았는지.
혹시, 너무 버티려고만 했던 건 아닐까?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동안,
정작 바람이 전해주려던 말을 놓치진 않았을까?
때론 몸을 맡겨도 괜찮을지 모른다.
순간의 흔들림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일 수도 있다.
바람이 거세게 불수록,
나무는 뿌리를 더 깊이 내리니 말이다.
바람이 분다.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묻는다.
이 바람이 내게 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사색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