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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피는 마음

by 서기선

도서관 앞 공터에
치자나무가 꽃을 피웠다.


하얀 꽃이
어찌나 이쁘던지
나는 매일 그곳을 찾았다.


순백의 아름다움에 한 번,
매혹적인 향기에 또 한 번 취해

종일 맴돌았다.


그러다 문득
이 향을 데려가야겠다 싶어
가지 하나를 꺾어
물컵에 꽂아두었다.


하루, 또 하루
꽃은 시들고
향은 자취를 감췄다.


나는 미련 없이
마른 가지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 한참을
슬퍼했다.


시들어가는 모습이
언듯 나와 같았기 때문이다.


흉한 꽃을
버리듯
나의 집착도
함께 버렸어야 했는데


나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
오늘을 또 보냈다.


아침이 오고
도서관 앞 치자나무 앞에 섰을 때
나무가 내게 물었다.


내 자식,
잘 있느냐고.
그 애는

어떻게 지내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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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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