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식지 않는 계절의 열기가
마치 내 마음 같은 여름밤이다.
묵언의 이글거림을 남긴 하늘과
더위에 지쳐 거리를 서성이는 별이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더위는 잠을 훔치고
시간은 땀처럼 흘러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가는 밤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 더위 속에서도
당신은 묵묵히 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걸
달도 숨을 죽이고
바람조차 등을 돌린 이 밤에
나는 말 대신
기억을 더듬는다
당신이 흘렸던 숨결,
그 옆에 잠시 머물렀던 침묵들,
식지 않는 어떤 마음들을
그리고 조용히
불 꺼진 창가에 기대어
내 안에서 가장 오래 타오른 말을 꺼낸다
사랑해∞
-덧붙임-
∞는 수학에서 ‘리메스’라고 불리는 기호로, 끝없이 계속되는 상태, 곧 무한(無限, infinity)을 뜻합니다.
‘사랑해∞’는 그 의미를 빌려, 말로는 다 닿지 않는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한 시적 실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