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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설아 Aug 13. 2024

소리 없이 찾아온 공포

알레르기

우리아이는 이유식 때부터 정말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야채, 고기, 해산물 할 것 없이 뭐든 잘 먹었고, 가리는 음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의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 아이가 5살 즈음 되었을 때였다. 평범한 아침, 새우탕에 들어간 두부를 먹고 나서 약 30분이 지나자 아이의 눈이 주먹만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달렸다. 병원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길고 멀게 느껴졌는지, 그때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부푼 눈을 보고는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진단했다. "알레르기라니?" 전날만 해도 전복이 잔뜩 들어간 죽을 맛있게 먹던 아이였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각종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갑각류, 오징어 등 해산물에 심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었고, 갑각류 알레르기 때문에 바퀴벌레나 집먼지에 대한 알레르기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왔다. 아이의 알레르기는 소리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그 이후로 우리 집은 비상사태가 되었다. 해산물은 금지 식품이 되었고, 집 안의 바퀴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매일같이 청소와 소독을 반복하며, 아이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아이가 집을 벗어나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갈 때마다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아이가 혼자 식사를 해야 할 때, 스스로 알레르기 음식을 걸러낼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매 순간이 걱정의 연속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자라면서 알레르기가 자연스럽게 없어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검사 결과는 여전히 알레르기가 있다고 나왔다. 내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어릴 때는 해산물을 못 먹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먹고 싶어 하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는 새우맛 과자를 너무 먹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갈매기도 먹는 새우맛 과자를 왜 자기는 못 먹느냐고 도데체 언제 먹을 수 있는거냐고 묻는 아이의 말에, 나는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알레르기는 소리 없이 다가와 일상을 뒤흔든다.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한 미래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알레르기의 무서운 속성은 그 예측 불가능함에 있다. 오늘은 괜찮았던 음식이 내일은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이 경계의 줄타기 속에서, 부모로서 우리는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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