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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설아 Aug 09. 2024

첫 여행, 돌치레의 공포

감기

아이가 돌이 될 즈음, 우리는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흔히 돌 전까지는 아프지 않다가 돌이 되면 돌치레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 아이는 돌 전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초보 엄마 아빠는 걱정 없이 비행기에 올라 제주도로 향했다. 그 순간만큼은 행복이 가득했다.


그러나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가 이유 없이 울기 시작했고,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번도 아프지 않았고, 멀리 여행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비상약이나 체온계를 챙겨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칭얼거리거나 잘 울지도 않던 아이가 새벽에 이유 없이 울어대니,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뜨겁던 아이의 몸이 축 처지더니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119에 전화를 했지만, 응급실에 가면 차가운 곳에서 대기해야 하니 차라리 조금 상태를 지켜보다 인근 소아과를 가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날 밤,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나의 마음도 무너졌다. 처음 겪는 아이의 병치레에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 내가 그토록 공부하고 연구해 왔던 모든 안전 지식들이 이 순간엔 무용지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구명조끼도 없이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제주도 여행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었다. 관광지의 아름다운 풍경도, 맛있는 음식도 모두 잊혔다. 우리 가족은 호텔 방 안에서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며 밤을 지새웠다. 매 순간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작은 변화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침이 오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소아과를 찾아갔다. 


다행히 아이는 감기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 순간까지의 두려움과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우리는 체온계와 가습기, 그리고 필요한 모든 약품을 사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여행은 끝났고, 우리는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 여행은 나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안전전문가로서의 지식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부모로서의 실전 경험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이제 나는 비상약과 체온계를 항상 챙긴다. 그리고 아이가 아플 때를 대비해 항상 준비된 상태로 지낸다.


그리고 이제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그리고 일상을 살아갈 때마다 비상사태를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실전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다. 그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나는 오늘도 아이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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