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월 3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시나가와역 근처의 공중전화 앞.
춥고 어두운 겨울 밤, 식당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종업원 일행은 그곳에 놓인 미개봉 코카콜라 병 하나를 발견했다. 차가운 병은 어딘가 낯설면서도 매혹적이었다.
“누군가 전화를 하다 두고 갔나 보네.”
“새해 첫 행운인가 봐!”
그들은 웃으며 병을 숙소로 가져갔고, 막내였던 16세 고등학생 A군에게 병을 건넸다. 그 누구도 그 순간, 이 병이 죽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날 밤, A군은 숙소에서 병을 열고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거… 썩은 맛이 나요.”
하지만 이상한 맛에 당황할 틈도 없이 A군은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원인은 단 하나, 청산가리 중독이었다.
같은 날 아침, 도쿄의 또 다른 공중전화 부근에서 두 번째 희생자가 발견됐다. 고속도로 근처, 46세 작업부 B씨는 거품을 물고 쓰러진 채 숨을 거뒀다. 그의 발치에도 콜라병이 있었다.
부검 결과, B씨 역시 공중전화에서 발견한 콜라를 마신 뒤 청산가리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사건의 끔찍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단 50분 차이로 목숨을 건진 한 소년의 이야기는 더욱 섬뜩하다. 사건 현장에서 친구와 통화하던 그는 바닥에 놓인 콜라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병을 집어 든 그는 병 입구에서 흐른 콜라 한 방울을 손가락에 묻혔다.
그러나 그 순간, 입안에 퍼지는 강렬한 쓴맛에 놀라 병을 원래 자리에 놓았다.
“뭔가 이상하다…”
그의 직감은 옳았다. 몇 초의 망설임이 그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끔찍한 비극은 6주 뒤에도 계속되었다.
1977년 2월 13일, 오사카.
출근길에 공중전화 옆에서 병 콜라를 발견한 39세 회사원 C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병을 열었다.
“손이 떨려… 몸이 이상해…”
C씨는 동료의 도움으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그의 정신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그날 밤, 그는 자택에서 가스관 호스를 끊고 비닐봉투를 쓴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남긴 말은 우리에게 깊은 공포와 경각심을 남긴다.
“도쿄에서 일어난 사건을 알고 있었는데도, 내가 이런 일을 겪다니…”
이후에도 초콜릿 상자에 숨겨진 독극물, 칸다역에서 쓰러진 남성 등 사건은 도쿄 전역에서 무차별적으로 이어졌다. 도쿄역 지하상가에서 발견된 초콜릿 상자에는 범인의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다.
“교만하고 꼴보기 싫은 일본인들에게 천벌을 내린다.”
초콜릿과 콜라, 모두 청산가리로 뒤덮인 치명적인 덫이었다.
범인은 자신의 얼굴조차 드러내지 않은 채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고, 공포를 심었다.
하지만 가장 섬뜩한 사실은, 범인이 한 번도 검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건은 1992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며 미제로 남았다. 일본 사회는 이 끔찍한 사건을 계기로 병 음료의 안전성을 강화했지만, 그 대가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평생 치유되지 않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이 아니다.
독극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