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둑해지자 해맑은 웃음소리가 청소년수련원 곳곳에 울려 퍼졌다. 방금까지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던 아이들은 피곤함에 지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언가 신기한 경험을 하고 온 것처럼 들뜬 아이들의 눈빛은 점점 잠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방안 가득히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무언가 타들어가는 냄새가 감지되었다.
이내 거대한 불길이 빠르게 번져 나가며 아이들이 자고 있는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방의 불길은 점점 격렬해져 갔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창문 쪽으로 모여들었다. 손이 닿는 곳마다 뜨거웠고,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불길에 눌려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한 아이가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두드렸고, 그 손톱 끝에는 어느새 눈에 띄게 상처가 남아 있었다.
밖에서는 태권도 학원 관장 A 씨가 지쳐가며 소방차의 도착을 기다렸다. 불길은 점점 거세졌고, 소방관들은 좁은 산길과 거리에 고립되어 다가오는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졌다.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불길은 진압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소방차에서 물이 한없이 부족했고, 유독가스가 퍼져나가며 인명 구조가 어려워졌다.
한 방 한 방을 두드리며 아이들을 구하려 했지만, 불길이 워낙 빠르게 번져 아이들이 있던 방을 향해 갈수록 점점 힘겨워졌다. 한 소방관은 도끼를 휘두르며 문을 깨뜨렸지만,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아이들이 창문 아래 모여 있던 모습이었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뻗어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했던 것이다.
참사 이후,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자체의 비리와 관리 소홀을 규탄하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은 하나둘씩 구속되었고, 전국적으로 청소년 수련원에 대한 안전 법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로 인해 동일한 사고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아이들의 생명은 되돌릴 수 없었지만, 그 참혹한 기억은 사회에 남아 법과 제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그 청소년수련원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