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저녁은 평소와 같았다. 센 강 위로 황혼이 드리워지고, 관광객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노트르담 대성당의 웅장한 자태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2019년 4월 15일, 그날의 노을은 비극의 서막이었다.
오후 6시 50분. 누군가 성당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했다. 처음엔 작은 연기였다. 그 연기가 순간 검은 기둥이 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불꽃이 지붕을 삼키기 시작했다. 파리의 심장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한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
"불이야! 노트르담이 불타고 있어요!"
소식은 바람처럼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센 강 다리 위에 몰려들었다. 그들 중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거대한 성당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버텨온 그 성당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첨탑은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 서서히 기울더니, 마침내 절규와도 같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성당 앞에 모인 수많은 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한 중년 남성은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있었다.
"신이시여,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마소서."
성가가 울려 퍼졌다. 누구도 지휘하지 않았지만, 성당 앞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트르담의 불길은 하늘로 치솟았고, 그 아래에서는 수백 명의 파리 시민이 노래로 기도했다.
소방대원 피에르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성당 내부로 진입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뜨거운 열기와 쏟아지는 잔해는 그들을 몇 번이나 막아섰다. 어떤 이들은 이미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피에르는 이를 악물었다.
"저 안에는 우리 역사가 있어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소방대원들은 기적적으로 성당 내부로 진입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예수의 가시관과 같은 중요한 유물들을 구출해냈다. 피에르의 손은 이미 화상을 입어 부어올랐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그들이 신의 사자처럼 보였다.
새벽 4시, 불은 완전히 진압되었다. 검게 그을린 성당 앞에서 소방대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피에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끝까지 지켜냈다."
화재는 파리를 슬픔에 잠기게 했다. 거리 곳곳에서 시민들은 노트르담의 사진을 들고 눈물 흘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성당 앞에서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트르담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반드시 재건할 것입니다."
약속은 전 세계를 움직였다. 수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재건을 위해 기부했다. 프랑스 대기업들은 수백억 원을 쾌척했고, 어린아이들은 돼지저금통을 들고 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몫을 더했다. 어떤 노인은 자신의 가난한 삶을 뒤로하고 전 재산을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건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화재로 녹아내린 납 때문에 복구 작업은 한동안 멈춰야 했고,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지연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장애물 속에서도 복원 작업은 계속되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시 문을 연 날, 파리는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되었다. 첨탑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하늘을 향해 우뚝 섰고, 성당 내부의 장엄한 스테인드글라스는 다시 한 번 빛을 품었다.
그날 저녁, 대성당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종소리는 단순한 울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믿었던 파리 시민들에게 주는 승리의 선언이었다.
성당 앞에 서 있던 한 노파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우리가 이겨냈어요. 노트르담은 우리와 함께 다시 살아났어요."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웃고 울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눈물이 섞인 순간, 노트르담은 다시 한 번 파리의 심장이 되었음을 증명했다.
이제 그곳은 단순히 복원된 건축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불길 속에서 꺼지지 않은 희망이었다. 불이 삼키지 못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파리가 다시 일어섰다는 증거였다.
그날 저녁, 센 강 위로 황혼이 물들었다. 예전처럼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황혼은 전과 같지 않았다. 이제는 수백만 사람들의 눈물과 기도, 그리고 희망이 스며든 붉은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