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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설아 Sep 06. 2024

바다의 경고

휴가 중 맞닥뜨린 해파리의 위협

여름휴가철, 우리는 서해바다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그날은 날씨도 좋고, 바다는 푸르게 반짝였다. 나는 수영장에서 배운 영법들을 가족들 앞에서 자랑하고 싶어 신이 나 있었다. 물살을 가르며 자유롭게 헤엄치던 그 순간, 갑자기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다를 가득 채우던 즐거운 웃음소리는 삽시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안내요원들이 급히 외쳤다. "해파리가 나타났으니 어서 해수욕장에서 나오세요!"


정신없이 나오려 했지만, 수영의 즐거움을 더 느끼고 싶었던 나는 조금 더 물속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물속에서 서둘러 나오던 도중, 뭔가에 쓸리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인 통증이 나를 휘감았다. 해파리였다. 나는 허겁지겁 바다에서 나와 쏘인 팔뚝과 허벅지를 확인했다.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정신없이 해수욕장 옆에 있는 샤워장에서 수돗물로 상처를 씻어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 해파리에 쏘였을 때는 일반 수돗물이 아니라 바닷물이나 식염수로 닦아야 했던 거잖아!" 이미 수돗물로 씻어버린 후였기에, 나는 더욱 당황했다. 구조요원들이 가까이 오자, 나는 서둘러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은 즉시 식염수를 준비해 상처 부위를 정성껏 처리해 주었다.


다행히 빠른 조치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나는 미열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다. 해파리의 독은 여전히 내 몸에 남아 있었고,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저 수영을 더 즐기고 싶었던 한순간의 욕심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사실, 한국에서 해파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최근 5년간 약 1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양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파리의 출몰이 빈번해졌고, 특히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통계를 알게 되니, 그날의 경험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날의 사건은 나에게 바다의 위험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바다는 아름답고, 그곳에서의 시간은 소중하지만,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는 즉각적인 조치가 중요하다. 일반 수돗물이 아닌 바닷물이나 식염수로 상처를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서해바다의 그날, 해파리와의 위험한 만남은 나에게 바다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었다. 다음에 바다에 갈 때는 항상 그 위험을 기억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바다를 즐길 것이다. 해파리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즐거운 순간이라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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