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급격한 온도차에 감기에 걸렸다. 목이 따끔거리고 코는 막히고, 몸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난번 감기에 걸렸을 때 처방받은 약이 떠올랐다. 약이 조금 남아있었고, 일전에 잘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별다른 고민 없이 그 약을 꺼내 들었다. "이전에 먹었던 약이니까 괜찮겠지, " 하는 생각이었다. 약을 삼키며 곧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약을 먹은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내 몸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이 조금 더 답답해지는 것 같더니, 이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졌고, 가슴이 죄어오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정신은 점점 멍해지고, 몸은 땅으로 가라앉는 듯한 무거움이 느껴졌다. 온몸이 축 처져 버렸다.
나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걸음 한 발자국 내딛는 것도 힘들었다. 심장은 마치 폭발할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의사가 급히 나를 진료실로 안내하며 증상을 물었다. "목이 부었어요, 숨이 잘 안 쉬어져요, " 힘겹게 말하자 의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내 처방전을 검토한 뒤 말했다. "이 약 중 하나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머릿속이 하얘졌다.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약을 잘못 먹어서 내 몸이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약이 치료를 위한 것이라 해도, 내 몸과 맞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의사는 나에게 약에 대해 중요한 경고를 해주었다. "처방받은 약은 다 먹지 못하면 반드시 적절히 처리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몸의 상태나 알레르기 반응이 달라질 수 있어, 같은 약이라도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무심코 남은 약을 복용했던 나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남은 약물 복용이나 잘못된 약물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고령층에서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로 인해 사망 위험이 25% 증가하고, 장애 위험도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약물은 잘못 사용될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약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약은 우리의 몸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약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남은 약을 다시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나 약을 먹고 이상한 반응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게 되었다.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약물 복용의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우리의 몸은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약은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으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