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동네잔치

Do you love me?

by 손두부



더 이상 안일한 농구교실은 없다.

Special kids들을 위한 농구교실에 등록해 다닌 지 2년째, 주최 측에서 하이펑셔닝인 아이들(비교적 사회성이 발달된)을 대상으로 정식 농구팀을 꾸리겠다는 이메일이 왔다.

우리 아이가 평범한 애들처럼 다른 애들과 경쟁하는 농구시합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엔 겁이 났지만 해보기로 했다.

드디어 트라이아웃 날, 나는 아이와 커뮤니티 센터 농구코트로 갔다.

이런 트라이아웃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 하기 때문인가?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부모들은 모두 아는 얼굴인데 오늘따라 잔뜩 긴장해있다. 부모의 분위기를 읽은 아이들도 평소와 다르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부모들은 아이들 신발끈을 확인하고 마지막 당부를 거듭한다.

이때 요구되는 룰은 특히 복잡하다. 부모들 모두 초집중이다. 아이들이 잘 기억하기 바라면서.

표정만 봐선 여차하면 같이 뛸 판이다.

곧 코치의 신호와 함께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양쪽 끝에 위치한 골대를 5번 번갈아 뛰어가며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슛을 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한 아이가 호명되었다. 나는 그 아이의 엄마를 슬쩍 보았다.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아이는 한두어 번 이리저리 뛰며 슛을 하는데 골이 안 들어가니 바로 서버린다. 골이 들어가던 말던 공을 잡고 다시 뛰어야 하는데 안 뛴다. 코치 손안에 타이머는 흘러가는데… 보다 못해 다른 한 엄마가 소리친다.

“뛰어! 공 잡고 저쪽 골대로!!”

아이는 정신이 갑자기 났는지 바로 공을 잡고 뛰었다.

이번엔 골인이다. 엄마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좋은 일로 주목받는 건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을 잡고 반대편으로 또 뛰는 걸 잊었다는 거다.

“어서 공 잡고 이쪽 골대로 뛰어~!”

좀 전에 다른 엄마의 도움에 용기를 냈는지 이번에는 아이의 엄마가 직접 아이에게 고함친다. 아이는 열심히 뛰어 다시 슛을 시도한다.

special 한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가 잘 해내지 못할 때 쉽게 핑곗거리를 찾는다.

아이의 능력이 거기까진데 뭐... 기대하지 말자. 이깟 농구팀이 뭐라고.

그런데 오늘 이 부모들이 이상하다. 핏대를 세우고 어떻게든 농구팀에 들여보내야겠단 결심이 단단하다. 고래고래 응원을 하고 악을 쓰고 코치를 한다.

“멈추지 마! 뛰라고! 거기가 아니야!”


일반적으로 부모라면 아이에게 건전한 경쟁은 좋은 것이고, 이에 따르는 승리는 합당한 보상이며, 그로 맛보게 되는 성취감은 더 큰 도약을 위한 훌륭한 동기라고 가르치곤 한다. 그러나 아픈 아이를 키우는 우리는 이런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해줄 기회조차 '상실'된 체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 우리가 이 새로운 이벤트를 통해 오늘 잠시나마 보통 부모의 모습을 '획득'하게 되었고 그것을 찾음에 대해 기뻐하고 있는것이다. 슬픔과 기쁨이 같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지금 부모들은 대학시험을 보러 간 자식을 위해 교문에 엿을 문지르는 마음으로 자신의 아이를 위해 당연하게 마음을 졸이고 있다.


모든 테스트가 끝났다. 일주일 후 연락이 갈 거라고 했다. 부모들은 헤어지며 "다시 만나게 되길 빕니다"라고 말했다. 주차장에서 웃으며 손을 흔들던 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기쁨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 오후, 주최 측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CONGRATULATIONS!

나는 하이라이트가 된 이 글자만 보고 밑에 줄줄이 쓰여있는 내용은 아예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바로 오피스에 있는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붙었어”


곧 남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복숭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이모티콘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었다.


“소 잡자”


그날 내가 부모들에게서 처음 보았던 평범한 부모의 미소가 남편의 카톡 안에도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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